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바다가 육지라면- 나정 해변

설리숲 2018. 5. 9. 23:45





 경주 나정 해변에 뜬금없이 조미미의 노래비가 서 있다. 뜬금없다는 건 <바다가 육지라면>은 섬과, 그 섬이 그리워하는 뭍에 얽힌 노래이므로 동해바다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거다. 고 조미미는 목포 출신이므로 또한 연관이 없다. 노래비는 목포나 해남 또는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역에 있는 게 제격일 것이다. 기실 제주 서귀포에 노래비가 있기도 하다. 작곡자인 이인권은 청진이니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비를 이곳에 만들어 세운 건 오로지 노랫말을 지은 정귀문이 이곳 출신이라.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두 해 전 겨울여행 때 이곳을 지나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드는 부정적인 관념 하나. 이곳 나정해수욕장의 이름은 나정고운모래해변이다. 끊임없이 모래를 실어다가 객토를 하고 있다. 이곳뿐이 아니다. 해운대를 갔을 때도 한쪽에 모래가 산더미처럼 산적해 있었다. 자연이 아닌 인공으로 유지하는 해변인 것이다.

 전국의 유명한, 이른바 몽돌해수욕장의 실체는 거개가 다 이런 식이다. 본래의 순수한 자연이 아니라 어디선가 몽돌을 사다가 깔아 놓는 것이다(겨울철 인제 빙어축제에서 빙어는 전부 인제산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공수해온다). 인공이 가미한 자연은 스스로 유지되기 어려워 얼마 안가 훼손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또 몽돌을 사다가 깔고... 나정해수욕장에 산적해 놓은 모래더미가 그래서 보기 불편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그 심정도 한편은 동정도 가지만.


 순수를 지키지 않고 억지로 무엇을 만든다는 건 기만이요 자연파괴일 뿐이다. 결국은 자연도 인간도 몰락하는 재앙을 초래하는 짓이다. 우리 인간의 단편적인 소견머리가 이렇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의 지자체마다 다 이런 유의 훼손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시즌 전이어서인지 몰라도 나정고운모래해변은 이름처럼 그리 예쁘거나 곱지는 않다.

노래는 지극히 애절하고 감성적인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연생태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보았다. 마치 엉뚱한 곳에 뜬금없이 서 있는 노래비처럼.



 8년 전 꼭 요맘 때의 나정해변은 참으로 맑고 고왔던 바다였는데....






정귀문 작사 이인권 작곡 조미미 노래 : 바다가 육지라면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흑산도 아가씨  (0) 2018.05.22
5월의 남산  (0) 2018.05.17
다시 광화문에서  (0) 2018.04.25
고향의 봄  (0) 2018.04.14
돌아와요 충무항에  (0) 2018.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