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른 봄, 인간의 서식처 가까운 산과 숲은 이런 광경이 벌어지곤 한다.
맛이 그닥 특출하지도 않고 몸 건강에 특효라는 어떤 근거도 없건만 인간들은 고로쇠 몸에다 구멍들을 뚫어 그 액을 빨아먹는다. 저들 사는 곳 물 좋다고 자랑은 하면서 그 좋은 물 놔두고 애먼 나무를 꼭.
고 황수관 박사가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 몸에 좋다고 사슴을 죽여 그 자리에서 피를 받아 벌컥벌컥 마시는 게 사람이라고. 시뻘건 핏물을 칠갑한 입을 벌려 헤 하고 웃더라고. 어떤 놈은 산 사슴을 쫒아 다니면서 목에 빨대를 꽂고 빨아대더라는.
빨대가 꽂힌 사슴이나 저 고로쇠나무의 고통은? 내가 저리 당한다면? 끔찍하고 공포스럽지 않은가.
사람들은 제 욕심만 생각하고 다른 생명은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꽃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한다면 좀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게 해줄 것이지 꼭 저렇게 돌틈에다 박아 놓곤 완상을 즐긴다.
악랄한 인간들과 한 부류에 속한 나 자신 부끄럽고 대신 무릎 꿇고 속죄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죽어서 우리 엄마나 은서처럼 나무가, 꽃이, 새가 되고 싶지 않다. 인간들에게 당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렇다고 다시 인간으로 나길 바라는 것도 뻔뻔하다.
새 딜레마가 생겼다.
그냥 인간세로부터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온갖 나무와 덩굴이 빽빽히 우거진 그 숲의 일원이었으면 좋겠다.
엠마 샤플린 : 별은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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