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씨앗을 채취하려고 11월 초에 차밭에 갔더니 가을에 피었던 꽃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꽃잎이 다 떨어지고도 한참을 있어야 열매가 영그는 법이다. 상식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그 상식이 적용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가야 씨앗을 딸까 궁리는 해대는데 또 얼핏 날이 추워지고 서리 한번 맞은 후 따는 게 좋더라는 말을 주워들은 게 떠올랐다.
결국 권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해답을 얻었다.
차 씨는 가을에 따는 긴데요.
전에 갔더니 차꽃이 아직 남았던데요?
올가을에 핀 건 내년에 여무는 기고요, 작년 가을에 폈던 꽃은 올 가을에 따는 깁니더. 필요하면 한번 오세요 내한테 조금 있으이까.
아하 그렇구나!
그제서 머릿속이 환해지며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온다. 명색이 자칭 차 전문가라 으시대는 놈이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차를 졸업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어쨌든 그길로 차밭으로 달려가 차나무 아래로 수북히 떨어진 씨앗을 주워 담는다.
그녀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룰루랄라 즐겁다.
이 씨앗을 심으면 차나무가 싹을 틔울까. 지극히 부정적이다. 이 많은 것을 다 심어도 아마 하나도 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중에 하나라도 싹을 틔워 나무가 된다면 우리나라 차문화계의 일대 혁명이다. 차 북방한계선을 문경까지 끌어올리는 대사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발아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간절한 기원을 담고 소중하게 심는다면 또 모르지. 자연도 감동하여 그 기적이 현실이 될지도.
희박하지만 한 가지 기대해볼 것은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식생의 추이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 먼 남국에서만 재배되던 바나나 망고 등 열대과일들이 우리 남쪽지방에서도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니 남부지방의 특산식물인 차도 어쩌면 그 영역을 북쪽으로 넓히지 않을까.
바람과 소망은 곧 현실일지니.
페이퍼 레이스 : Love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