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아름다운 일탈

설리숲 2018. 5. 11. 20:48


지독한 겨울이었다.

혹한이 휩쓸고 간 대지에 봄빛이 희망처럼 어른거렸다.

 

봄이어도

냉혹한 겨울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남녘의 차나무들이 초록이 아닌 검은색으로 변색하였다.

차인들의 속도 검게 탔다.






그래도 희망은 죽지 않아 찻잎은 저리도 파랗게 소생하고 있었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죄다 살아 있습니다.

자연은 늘 신비롭고 경이로운 동경의 대상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분 좋고 행복함을.

새삼 느낀 봄이었습니다.

 

기후는 변화무쌍하여 산청제다에서의 짧은 나날 중에도

비는 물론이고,

여름처럼 덥기도 하고 겨울처럼 냉랭하기도 했습니다. 5월에 내리는 지리산의 눈.

 지난 일이지만 오후에 한참 차를 덖고 난 후 계곡물에 들어가 멱을 감곤 했었는데 감히 엄두조차 못 내게 차가운 날들이었어요.

가을날의 그것처럼 대기는 서늘하고, 하늘은 높고 그 빛은 청청했습니다.

이런 날의 풍경들과 정서가 좋습니다.

 








찻일을 그만두고 멀리 떠나왔지만 그 인연은 끝이 아니니 해마다 이때쯤이면 그립던 초록과 다향을 찾아 올해도 짧게나마 그 인연의 끈을 잇습니다.

전에 지언 선배나 재학 씨 등이 황금 같은 휴일을 이곳에 와서 봉사하는 걸 보고 참 지극정성이라 혀를 차며 나 같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더랬는데.

 

봄철의 반천 다원은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어떤 마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겠다던 나 역시 황금(?) 같은 연휴를 부러 만들어 돌아가고 말았으니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반천의 일상은 고단하고 괴산의 일상은 넉넉하지만

나를 반겨 기다린 이 고단하지 않은 일상보다 방금 떠나온 반천의 분주함이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새카맣게 얼어버린 차나무 가지들에 돋는 파란 이파리처럼

언제나 푸른 마음과 생각으로 활기차게 생활해야겠다는 메시지를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돌아옵니다.

아름다운 일탈이었습니다.





크리스티나 브랑코 : Ai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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