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麥門冬) 이름은 뿌리에 보리와 흡사한 수염이 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는 데서 지어진 이름이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큰나무 그늘이 서식처다.
인고(忍苦)의 상징은 인동이다. 맥문동도 역시 인고의 풀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동토의 땅에 꽃은 스러졌어도 잎은 푸르게 남아 한세월 질긴 생명력을 보인다.
이와 같은 맥문동은 성질이 찬 식물이다.
맥문동 꽃
박현자
간밤에
아무도 몰래
서로 交信을 했나?
외줄기 시원한 매미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받쳐 든
보랏빛 촛불들!
미처 빗질하지 못해
헝클어져 누운
짙푸른 잎새 사이로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꼿꼿하게 피워 올린
보랏빛 아련한 꽃송이들은
비록
큰 나무 그늘에서 초라하게 살지만,
나름대로
올곧은 심지로 추구하는 꿈이 있음을
無言으로 말해 주는 듯.
작은 것도, 함께 모이면
큰 힘이 된다.
아름다운 秩序가 된다.
약효가 뛰어나 약재로서 활용도가 많다.
양기가 왕성한 무더운 여름에 음의 기운을 보충하는데 제격이다.
항당뇨, 거담, 진해, 간, 기관지, 이뇨, 자양강장, 기력회복, 기억력증진에 좋다 한다.
다만 찬 성질의 풀이라 손발이 차거나 위장이 찬 사람은 조심하라 한다.
화려한 꽃은 누구나 시선 주며 찬탄하지만 정작 그 결실에는 관심 두는 이가 없다. 젊은 여인은 아름답지만 심연의 깊이가 없는 한낱 화려함뿐이다.
맥문동 열매는 이렇게 생겼다.
올 가을 산길이나 공원, 숲속 오솔길을 걸을 때 이런 까만 열매들을 달고 섰는 풀을 보면 맥문동이라고 옆사람들에게 아는 척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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