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개개비

설리숲 2017. 8. 21. 01:16

 

 굳건하고 안락한 나무들이 있거늘 연약한 갈대에 매달려 있는 새 개개비다.

 갈대숲에서 나서 갈대숲에 살다가 갈대숲에서 죽는다.

 둥지도 갈대숲에 짓는다. 이들의 주식은 거미라고 한다. 거미는 먹고 거미줄로는 둥지를 짓는다. 천부적인 건축기술을 갖추고 있다.

 거미줄은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다섯 배 강하고 방탄복 소재인 캐볼라보다도 질기다고 한다. 새끼들이 머무는 기간이 긴 만성성 조류라 정교하고 튼튼하게 짓는 것이다.

 남의 집 찬탈하는 뻐꾸기들에게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새라 인간의 시선으로는 안쓰럽고 동정이 가지만 개개비 역시 거미들에겐 포악한 포식자다. 모두 다 대자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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