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애기똥풀

설리숲 2017. 8. 26. 03:41

 

  나 서른다섯 살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 안도현 <애기똥풀>

 

 

 설마 우리 중에 애기똥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봄철이면 대도시 근교에도 산내들을 뒤덮은 게 이것이거늘. 다만 이름을 몰랐을 뿐이지.

 이름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라서 이것 이름에 애기라는 말을 앞에 붙이지 않았다면 이 풀 자신도 부끄러웠을 테고 이 꽃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것은 독초라 먹지 못한다. 줄기를 꺾어 돋는 노란 액을 혀끝으로 대보면 쓴 맛에 혀가 얼얼하다. 워낙 강렬해 그 뒤끝이 상당히 길다. 식용으로는 불가하지만 송충이 등 벌레에 물린 부위에 노란 액을 바르면 낫는다고 하는데 한번도 해보진 않았다. 독성이 강해 악화될 것이 불안해서다. 대신 이것은 천연염색료로 요긴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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