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름으로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의 대사이다.
나는 바다엘 가면 그 바다가 늘 푸르길 바라지만 바다의 색은 갈 때마다 다르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 준다. 하늘이 짙푸르면 바다도 푸르고 하늘이 잿빛이면 바다도 어둡고 음침하다. 그런 날 바람이라도 불면 위압감에 경외심이 아닌 공포를 느낀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선한 파란 바닷물을 보고 싶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게다가 월요일이라 마산문학관은 휴관이었다. 인근 골목길을 배회하면서 언덕 위 벤치에 앉아 푸르지 않은 마산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라 했지만 이미 바다는 노래 가사의 그 바다가 아니다. 거대한 산업단지에 갇힌 마산만의 현실이다. 낭만적일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없다.
가곡 <가고파>는 노산 이은상이 자신의 고향 마산의 푸른 바다를 노래했다. 그는 누가 뭐래도 한국 문학계의 거봉이었다. 뛰어난 기회주의자이기도 해서 시대에 따라 절대적인 권력에 붙어 뛰어난 문학적 재능과 더불어 최고의 영달을 누렸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해방이 되자 박상원은 잡혀 있는 채시라를 빼내주려 종로경찰서에 갔는데 그곳에서 조선인과 독립투사들을 악독하게 핍박하고 친일행각을 한 조선인 형사 스즈키를 본다. 그는 경찰의 고위급 간부가 되어 있었다. 황당한 상황을 접한 박상원이 외친다.
- 스즈끼! 니가 왜 여기 있어? 해방이 됐다고 스즈끼!
경찰서를 나가는 박상원의 뒤에 대고 스즈키가 뇌까린다.
저런 빨갱이 새끼.
우리 현대사의 비틀림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친일분자들이 해방이 되고 나서는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반공친미주의자가 되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을 했던 애국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여 더욱 잔악한 겁박을 했다. 이것이 현재 이 나라의 정체다.
여전히 극렬보수주의자들은 걸핏하면 종북빨갱이를 들먹인다. 현재진행형이다.
이은상도 대표적인 친일인사였고 해방 후에는 친미독재의 추종자로,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은 사람이다. 이승만정권의 부정선거에 분노하여 마산시민들이 일으킨 315의거를 비하하고 부정하였으며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였다. 박정희정권의 공화당창당선언문을 작성했고 유신지지성명을 하는 등 내내 독재정부를 찬양하며 일산상의 영달을 누렸고 그것은 전두환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우리 학교교과서에는 수많은 이은상의 글들이 실렸다. 문학가로서 더는 올라갈 수 없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고 훈장도 받았다. 죽어서는 현충원에 안장됐다.
마산문학관은 애초에 노산문학관으로 지어졌으나 이러한 친일과 친독재 행적으로 많은 반발을 불러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 동네 이름은 그예 노산동이라는 동명을 붙였다.
김주열 열사의 동상이 용마고등학교 교정에 있다. 박정희를 규탄하여 일어난 부마항쟁의 심장인 마산이다. 민주주의의 성지인 마산 이곳에는 여전히 이은상을 추모하고 옹호하는 반민족적 세력들이 공존하고 있다.
마산역 광장에 있는 시비는 현재도 끊이없이 시비와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반발과 반대에도 오늘도 광장에 굳건히 서 있다. 저 국제로타리라는 단체는 뭣하는 집단인지.
이러한 역사를 되새기면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의 운명은 참으로 얄궂다. 옳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이 비운의 노래는 차마 감동으로 들리지 않으며 감동으로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딜레마가 적합한 단어일지.
<가고파>, <비목>, 그리운 금강산을 3대 가곡이라 한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부르는 노래다. 나 역시 그렇다. 참으로 좋은 노래들이다.
가고파의 마산, 비목의 화천을 다녀왔는데 그리운 금강산은 영영 못가고 말 것이다. 이것 또한 이 민족의 비극이다.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 수원시립합창단 노래 : 가고파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보길도 (0) | 2017.08.10 |
---|---|
부석사의 밤 (0) | 2017.08.02 |
해남 아가씨 (0) | 2017.07.23 |
천년의 기다림, 정읍사 (0) | 2017.07.10 |
비목의 노래 (0) | 2017.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