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너 음악회 가봤니?

설리숲 2017. 6. 17. 00:14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으로 가는 길은 설레고 신난다. 막연히 귀로만 듣던 바이올린이나 첼로, 또 바순 오보에 플루트 등의 악기를 눈으로 보고, 그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소리를 체험한다는 것. 눈부신 초록의 찻잎과 그것에서 풍기는 차향을 맡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소소한 일상 속에서 파문처럼 일렁이는 두근거림이다.

 

 시골생활과 도시생활은 일장일단이 있어 장점을 취하는 반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음악회 같은 문화적인 콘텐츠를 접하는 기회가 많은 게 도시생활의 장점 중 하나다. 지방 소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환경이 엄청 열악한데도 그래도 감지덕지지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부코비니안이라는 오케스트라가 요즘 내한하여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중인가 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소규모 편성의 악단 공연이 있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닌 로비에서의 소박한 연주회였다. 연주자와 관객이 이마를 맞댈 만큼 가까이 붙어 앉아 숨소리까지 듣는다. 일체의 음향장치 없이 각 악기의 순수 본연의 소리를 고스란히 느낀다. 스피커로 듣는 음악에서 느끼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 연주자들의 기분과 생각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예전 유럽의 고관대작들이 자신의 집에서 마련하곤 했다던 음악회가 그런 분위기였을 것이다.

 한가한 평일 오전이라 청중의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반응으로 보아 어느 정도 클래식에 대한 애호가들인 것 같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의 배경이 우크라이나다. 잘 알지 못하면서 왠지 집시 정서를 지닌 민족으로 입력돼 있는 나라다. 남자든 여자든, 나는 남자니까 지극히 이국적인 여성과 근사한 연애를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는데 근거 없이 떠오르는 게 우크라이나 아가씨다. 그것도 황금색 해바라기가 일렁이는 드넓은 들판에서 말이다. 이건 영화 <해바라기>에서 소피아 로렌의 비극적인 처지와는 상반되게 감독이 풍경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린 탓이다.

 

 

 

 

 너 음악회 가봤니?

 내가 서가에 꽂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는 책이다. 학교 교사인 류준하 씨의 음악감상 안내서인데 제법 재미가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들을 한번 씩 들어보곤 한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에 가는 설렘을 느끼곤 한다.

 경남문화예술회관으로 가는 길은 근사한 대숲을 지난다.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뭐 즐거운 생활이란 게 별건가.

 

 

 

 

 

오늘 음악회에서 레이샤라는 바이올린 주자가 연주했던 몰도바라는 음악이다. 집시 음악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듣는 곡이다.

 

 

트로파노프 : 몰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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