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초여름은 반딧불이나 사마귀가 나타나 부침의 한 살이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알주머니에서 겨울잠을 잔 사마귀는 보통 5월에 태어난다. 갓 생겨난 새끼들의 생김새는 전혀 사마귀가 아니다. 알주머니에서 빠져나오면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 매달린다. 매달린 채 서서히 껍질을 벗으면 머리와 다리 등이 보이며 비로소 사마귀의 모습이 된다. 갓 태어난 새끼지만 섭생 본능이 있어 다른 벌레를 잡아먹는다. 같이 깨어난 제 형제들도 잡아먹기 때문에 알주머니에서 나오자마자 이곳저곳 더 넓은 곳으로 흩어지는 본성이 있다. 1령 애벌레가 껍질을 벗으면 녹색 애벌레가 된다. 한 해에 한번 씩 일곱 번을 탈피하여 성충이 되기까지 7년이 걸린다. 마지막 애벌레 시절인 7령은 7월에 닥치는 대로 포식을 해 8월에 날개를 단 최종 성충이 된다. 수놈은 가벼워 잘 날아다니지만 암놈은 몸이 무거워 날아다니지 않고 날개는 적에게 위협을 주기 위한 무기로 사용한다. 사마귀의 영어명은 Mantid로 ‘점쟁이’란 뜻의 그리스어 맨티스(Mantis)에서 왔다. 사람들은 사마귀에게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악마의 말’, ‘노새살인자’라는 별명도 있다. 우선 생김새부터 정감이 가지 않는 곤충이긴 하다. 타고난 킬러로 반드시 움직이는, 즉 살아있는 것만 잡아먹는다. 섹슈얼 카니발리즘(동족포식자).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태는 교미를 하고나서 암놈이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며 수컷의 머리부터 먹어 버린다. 충격적이지만 그들의 편에서 본다면 그것이 사랑인 것이다. 인간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디즘식 섹스를 하듯이. 물론 사마귀에게 사디즘의 성적 욕망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어차피 암수 모두 더 이상 삶이 지속되지는 않을 테니 암놈에게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새로 태어날 자식들을 위해 어미는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 아비는 기꺼이 제 몸을 희생하는 생물 특유의 모성애로 보아야겠다. 가끔 개미집 구멍을 발견하고 장난스레 거기에다 오줌을 누기도 했었다. 불의의 재앙을 만난 그들의 처절한 소동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나의 하찮은 사디즘적 쾌락이 그들에겐 생사를 넘나드는 대재앙이었다. 만약에 인간보다 훨씬 강한 어떤 존재들이 있어 그들의 재밋거리로 우리가 유린을 당한다는 상상을 했다. 아빠는 죽고 동생은 몸이 잘리고 엄마는 장난감처럼 유린당하다가 죽는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개미한테 오줌을 누지 않았다. 잠자리 꽁무니를 자른 후 나뭇가지를 꽂아 날려 보내는 ‘잠자리 시집보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 자연은 어차피 포식자와 피식자가 있어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먹힌다. 폭력이라 말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 용인된 폭력이 잘 이루어질 때 자연과 숲은 건강하다. 현 세계에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는 인간이다. 인간보다 강한 종족은 없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무소불위의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필요도 없이 다른 종족의 생명들을 학살하고 몰살시킨다. 인간은 자신들보다 강한 천적이 없기에 스스로 천적 노릇을 한다. 절도하다 살인하고 강도짓 하다 살인하고, 아버지가 밉다고 혹은 재산을 안 준다고 죽인다. 다른 종족에겐 없는 욕심과 폭력성으로 사익을 취하려고 죽이고 있다. 수많은 교통사고로 죽고 배나 비행기 사고로 죽고, 가스가 폭발해 죽고. 총과 칼로 무장해서는 전쟁을 벌여 끊임없이 죽인다. 인간이 만들어내고 결국은 그것들로 서로를 죽이는 것이다. 인육을 먹지는 않지만 엄연한 동족포식, 즉 카니발리즘적 광기의 집단이다. 이렇게 알을 낳고 어미 또한 겨울이 오기 전에 생을 마감한다. 매미와 굼벵이처럼 단 한철을 위해 오랜 세월을 애벌레로 보내는 사마귀다. 그들은 단 한번도 새끼들을 보지도 못 하고 만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자손 생산이거늘 그 인고의 세월 끝에 만든 새끼들은 그들이 죽은 후에 태어나는 것이다. 태생부터 독립하여 생을 시작하는 새끼들은 부모라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와 스스로 혼자 커 나가는 건 줄 알테지. 이 종족도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으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다 그러하다.
크리스티나 브랑코 : 아, 인생 (Ai V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