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5월이 신록의 계절이라면 6월은 울창한 숲의 계절이다. 이 빽빽한 6월의 숲 안에서도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나무와 초록의 세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향은 진하고 꽃은 흰색이다.
쥐똥나무.
인간들이 이름은 뭣같이 지어 줬어도 그 향은 은은하고 깊다. 그 열매가 천연 쥐똥 같이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북한에서의 이름은 검정알나무다.
겉모양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일이다.
숲만이 아니라 사찰 등에서 조경수나 울타리나무로 많이 볼 수 있다. 가지들이 무성하고 빽빽하니 차단성이 좋아 요즘은 도시 공원 이나 일반 가정의 울타리에 많이 심는다.
생명력이 강해 해안의 소금기와 도시의 매연도 견디고 추운 북쪽지방에서도 자생한다. 꽃말이 ‘강인한 마음’이라 한다.
쥐똥나무
김종태
네 예쁜 꽃이나 잎사귀는 제껴두고
까맣고 동그란 열매 하나 가지고
네 모든 것을 대신 부르냐고 따지겠지만
이름은 너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란다
네 이름 석 자보다는
네가 무슨 꿈을 꾸고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거지발싸개 같은 이름이라도 한번 너를 기억하면
네 모든 것이 하나 둘 줄줄이 기억되지만
이름 석 자 기억되지 못할 때
너는 늘 낯선 사람이란다
낯설기 그리고 이름 알기
낯익히기 그리고 친구 되기
쥐똥 때문에 네가 구겨지는 것이 아니라
네 이름 때문에 쥐똥이 향기로워지는 거란다
네 이름 한번 부르면 벌써
하루가 종일 네 향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