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별이 된 악기, 하프

설리숲 2017. 3. 4. 01:58

 

 오르페우스의 하프 연주는 지하의 신 하데스를 감복시켰다.

 

 제우스와 므시모시네 사이엔 9명의 딸이 있었다. 이들이 바로 뮤즈, 즉 음악의 신이다. (요즘 걸그룹 나인뮤지스 Nine Muses는 여기서 가져온 이름이다. 나인뮤지스지만 현재 멤버는 다섯 명이다.)

 흔히 뮤즈는 처녀이거나 결혼을 안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신화의 족보를 따라가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칼리오페가 오이아그로스와 사랑해 낳은 아들이 오르페우스다.

 

 오르페우스는 아폴론에게서 하프를 배웠다. 그가 하프를 연주하면 돌이나 나무들이 춤을 추었고 맹수들이 얌전해졌다고 한다. 오르페우스는 님프 에우리디체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불행이 시작되었다. 에우리디체는 요정들과 숲에서 춤추며 놀다가 뱀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여러 날을 슬픔에 잠겨 애통해하던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갔다. 그곳 왕 하데스를 만나 하프를 연주하며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했다. 하데스 왕은 그의 연주에 감복하여 에우리디체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 조건으로 지상으로 나가는 동안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전설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신화나 전설에서 답답한 게 이 장면이다. 돌아보면 왜 안 되는지 이유가 없다. 개연성이 없으니 전설이요 신화이긴 하지만)

 아내를 데리고 동굴을 빠져나가는 중에 오르페우스는 말을 시켜도 대답 없는 아내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무사히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어 뒤를 돌아본 순간 에우리디체는 깜깜한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또한번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세상과 단절하고 숲속에 들어가 오로지 하프만 켜면서 슬픔을 달랬다. 그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소리에 어여쁜 여인들이 몰려들어 탄복하면서 그를 유혹했지만 슬픔에 겨운 오르페우스는 올지 죽은 아내만을 생각하며 여인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여인들은 오르페우스의 무례에 화가 나서 돌로 쳐 그를 죽였다. 오르페우스의 영혼은 지하세계로 가서 아내를 만났고 그의 하프는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후세에 음악가들에 의해 예술로 승화되었다. 메르카단테의 <오르페오>,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하이든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그것이다.

 

 

 

 아련한 신비감을 전해주는 하프는 어떤 악기인가. 그리스신화에도 있듯이 현 악기들 중에서도 가장 그 역사가 오래된 악기이다.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현악기지만 활로 켜지 않고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발현악기다. 몸체 아래쪽에 페달이 있어 반음을 낸다. 입문용은 페달 대신 튜닝 핀 아래에 있는 레버가 있다. 페달 하프인 그랜드하프 연주자는 하피스트라 하고, 레버 하프 연주자는 하퍼라 하다.

 

 그 신비한 음색으로 신화적인 감상을 전달하는 음악에 많이 쓰인다. 예전 인어공주 만화에서 왕자를 기다리는 인어가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그리움, 기다림에 대한 애절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악기다.

 별자리가 된 하프는 동양에서는 거문고자리라 하는데 하프나 거문고 모양이라기보다는 물고기 모양에 더 가깝다.

 

 

거문고자리

 

 

 

드뷔시 :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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