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왜 음울할까

설리숲 2017. 2. 18. 00:44

 

 애수에 젖은 음악이 강물처럼 흐른다. 왈츠는 춤을 추기 위한 경쾌한 음악이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이 왈츠는 음울하고 비창하다. 춤을 추되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이 곡을 수없이 만난다. 용산참사희생자추모제에서, 세모의 거리 음악회에서, 각종 광고에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아이즈 와이드 샷>에서. 아픔이 아픔을 위로한다. 이 곡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감시당하는 철저한 전체국가에서의 예술가들은 신변의 위협 앞에서 자신의 예술을 펼칠 수가 없었다. 모든 인민이 주인이 된다는 기치를 내걸고 이룩한 프롤레타리아혁명. 그러나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 치하에서 인민들은 더욱 억압과 고통을 받았다.

 

 1930년대 스탈린과 소련은 3천만 명에 달하는 인민을 숙청했다. 예술가들은 이 공포의 암흑 속에서 마음에 없는 낙관주의를 얘기해야 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러한 체제 속에서 양심껏 저항하면서도 때로는 협력에 가까운 음악활동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그가 일부에게 기회주의자라고 지탄을 받았던 이유다.

 

 19361월 발표한 오페라 <므젠스크의 맥베드 부인>이 스탈린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쇼스타코비치는 인민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그는 KGB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로써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간주하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그런데 그의 담당요원이 없어졌다. 그 요원도 전날 체포되었던 것이다. 같은 KGB 사람들 간에도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던 그런 공포의 시대였다. 천우신조 쇼스타코비치는 생명을 이어 갔다.

 

 반대로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신임을 얻기도 했다. 독일 나치가 레닌그라드를 침공했을 때 온 인민이 궐기해 침략자를 몰아내자는 염원으로 교향곡 7<레닌그라드>를 썼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우리의 투쟁, 우리 미래의 승리, 나의 고향 레닌그라드에 이 교향곡을 바친다."

 

이 곡을 초연하는 연주장 밖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포연 자욱했다. 스탈린은 이 곡을 반겼고 자신과 소련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충성심을 높게 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파시즘과 폭력에 대한 저항과 비판 그리고 평화에의 기원이었지 역시 같은 파시즘인 소련공산당을 위한 음악은 아니었다. 스탈린이 이미 파괴했고 히틀러가 폐허화시킨 레닌그라드를 절절하게 애도하는 음악이었다. 이 연주회는 라디오로 방송되어 전시중인 전 세계에 쇼스타코비치 선풍을 일으키는 기회가 되었다.

 

 스탈린이 사망할 때까지 쇼스타코비치와 예술가들은 독재자와 체제를 숭배하는 작업을 강요받았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사람은 철저하게 보복을 받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왈츠는 스탈린이 죽은 후에 만들었다. 가슴 속 깊이 깔려 있는 슬픔을 흥겨운 3박자의 리듬에 실어 희석시키려는 가련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공포정치와 전쟁의 참화의 세월을 모두 겪은 음악가의 한이 남아 있었을까. 흥겨움이 정체인 왈츠는 참으로 비장하고 무겁다.

 지금까지 이 곡은 1938년 작 <오케스트라를 위한 재즈모음곡> 2번 왈츠로 알려져 있었는데 오류였다. 새로 확인된 결과는 1958년 작곡한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 모음곡> 중 두 번째 왈츠곡이다. 그간의 오류를 바로 잡고 수정해 나가야겠다.

 

 

 이러한 공산주의는 몰락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듯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유신체제 그대로다. 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작성 관리하여 시행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서 보듯 이 나라는 스탈린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암울한 현실이다.

 참담하다. 우린 이런 21세기에 살고 있다.

 박정희는 갔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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