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으로 널리 알려진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은 음울함과 비창함의 극치다. 우울한 사람에게 이 곡을 들려주면 더 우울해하고 자살충동까지 느낀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생애 마지막 곡이rl도 한 이 교향곡은 그의 죽음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이 곡을 초연하고 9일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자살이라는 풍문이 오랫동안 나돌았다. 그는 그때까지의 음악을 망라하여 그보다 훨씬 고급적이고 완벽한 필생의 역작을 원했고, 각고의 노력을 해 그 결과로 탄생시킨 곡이 이 교향곡이었다. 그 자신도 매우 만족하였지만 초연에서 참담한 좌절을 맛보았다. 청중의 반응은 냉담했고 그 때문에 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콜레라였다. 당시 러시아에는 콜레라가 창궐하여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몹시 흉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또다른 의문이 제기되어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그를 독살했다는(혹은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설이다.
차이코프스키는 일생을 고독하고 음울하게 보낸 음악가였다.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콜레라로 어머니를 잃었다. 그 충격이 그 원인일 것이라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가장 신빙성이 있는 설은 그의 성정체성이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아마 이것도 원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이외에는 다른 여인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동성애자가 되었을 수도 잇다는 이야기다.
이런 그가 10살 연하의 제자 안토니아와 결혼을 했는데 잘못된 결혼임은 불문가지다. 여자를 멀리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3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내의 불륜으로 낳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행복하지 못한 못나 결혼생활을 끝내려 이혼하려 했지만 아내의 거부로 법적인 혼인관계는 오래 지속되었다.
부인 역시 이 불행한 결혼의 영향으로 정신이상이 왔고 그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격지심과 자책감으로 차이코프스키는 더욱더 우울해졌고, 게다가 평생 후원해주었던 메그 부인이 돌연 그 관계를 끊어 버렸다. 후원자가 왜 절연을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로써 차이코프스키의 말년은 정신적인 공허와 경제적인 궁핍으로 처절했다.
그는 도피처로 더욱더 동성애에 집착했고 자신의 조카와 동성애의 관계를 맺었다. 모든 나라가 그랬듯이 러시아 정부도 동성애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금지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저명하고 유력한 인사였으므로 정부는 그를 용납하지 못하고 비밀재판을 열어 처단하기로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나온 죽음의 비밀이 정부의 독살설이다. 콜레라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비소를 먹여 죽이고는 콜레라로 죽은 것으로 공식 사인을 내렸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설이다. 여러 가지 정황들을 모아 추측한 것이겠다. 지나간 역사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세세하게 기록되지 않은 이상 어는 것 하나도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초연에 실패한 6번 교향곡은 차이코프스키 장례를 치른 며칠 후 재연되었다. 말하자면 고인의 추모공연이었던 셈인데 이 공여은 대성황을 이뤘고 이것을 계기로 <비창>은 인류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곡이 되었다. ‘비창’이란 제목은 출판사의 요청으로 차이코프스키 자신이 붙였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 말미에 웅장하고 강렬하게 요동치면서 끝나지만 <비창>은 제목 그대로 음울하고 비창하게 페이드아웃된다. 4악장을 들으며 청중들은 비운의 차이코프스키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곤 했다고 한다. 1997년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소피 마르소가 분한 안나가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 이 교향곡 4악장을 배경에 깔아 그 처절함을 극대화시켰다.
교향곡 <비창>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베토벤의 <운명>과 더불어 3대 교향곡으로 꼽기도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고독과 우수. 그것이 밴 그 음악들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어울린다.
나도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한다. 이런 겨울은 더욱 그렇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 O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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