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사랑에 빠졌다. 그의 연인은 알로이지아 베버다. 스무 살 무렵 독일 만하임으로 간 볼프강은 베버 가에 드나들면서 그 둘째 딸에게 음악 레슨을 하였다. 알로이지아는 유망한 소프라노였다. 그녀와 만나면서 연정을 느낀 볼프강은 만하임에서의 나날이 행복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사랑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알로이지아는 모차르트를 좋아했지만 이성으로서가 아닌 음악 선생으로서의 존경과 애정이었다. 볼프강은 수시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 알로이지아 이야기를 썼는데 칭찬 일색의 글이었다. 아버지는 타지에서 엉뚱한 연애질에 맛을 들인 아들이 못 마땅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들여 대 음악가로 키우려는 아들이 음악을 등한시하고 보잘 것 없는 가문의 딸에게 마음을 빼앗겨 있는 게 역력해 보였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아들을 제약했으나 사랑에 빠진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질책를 무시했다.
모차르트의 생애에서 사랑은 오직 알로이지아였다. 그는 그녀만을 생각했고 그녀를 위해서 여러 곡의 아리아를 썼다. 그중에서 각별히 공은 들인 곡은 메타스타시오의 시에 곡을 붙인 <이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네, K294>였다. 순전히 그녀를 향한 사랑 고백이었다.
그 사람의 얼굴, 눈빛, 목소리는
내 심장에 뜻밖의 불을 붙였고
내 핏줄을 가득 채우네
오 정의로운 신들이여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어디서 오는지 난 모르겠네
내 가슴 속의 이 따뜻한 느낌
이 생소한 격정, 내 핏줄 속을 달리는 얼음
이 강렬한 대조는 내 가슴을 찌르네
동정만으로 잠재울 수 없는 이 아픔.
모차르트는 이 아리아를 부르는 알로이지아를 극찬했는데 사랑에 눈먼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알로이지아는 뛰어난 소프라노였다고 한다. 훗날 비엔나에서 그녀의 이 노래를 들은 아버지 레오폴드도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했다고 한다.
알로이지아 베버
모차르트는 알로이지아와 이탈리아로 가서 그녀를 소프라노로 성공시키려는 야망을 품었다. 알로이지아는 물론 뛰어난 자질을 가진 유망주였으나 겨우 열일곱 살로 독일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탈리아에까지 가서 그 꿈을 펼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모차르트는 포기했고 상심하고 있던 차에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만하임 생활을 청산하고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서의 모차르트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가 아니었고, 파리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낫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알로이지아가 곁에 없었다.
고달픈 파리의 기억만을 남기고 모차르트는 다시 독일 뮌헨으로 갔다. 독일에서 알로이지아는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 그토록 그리운 연인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모차르트를 반겨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녀에겐 볼프강에 대한 연애감정이 없었다.
“오늘 저는 우는 것 말고는 하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너무 아파서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냉담한 그녀에게 상처 받은 심정을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아버지는 파리에서 허송세월만 보내고 게다가 어머니까지 잃은 놈이 잘츠부르크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한낱 계집한테 가서 방탕한 꿈이나 꾸고 있다고 노여워했다.
“방탕한 꿈이라고요? 저는 계속 꿈을 꿀 거예요. 땅 위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필이면 방탕한 꿈이라고 하시다니요! 평화롭고 달콤하고 상쾌한 꿈이라고 하셔야죠. 달콤하지 않은 것들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해야 합니다. 많은 슬픔과 적은 즐거움,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제 인생을 만들어낸 현실 말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써서 보낸 편지다.
알로이지아는 결국 모차르트의 사랑을 외면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다. 결혼하고도 그녀는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계속 출연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연극배우이면서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서 미완성이지만 <피아노 앞의 모차르트>라는 그림을 그렸다.
모차르트는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녀의 동생인 콘스탄체와 결혼하였다. 애인이 처형이 되었다. 내일 끝나는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도 옛 애인이 처남댁이 됐다.
알로이지아도 어느 정도는 모차르트에 대한 감정이 있었던 모양으로 훗날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남았을 때 그의 사랑을 자랑스럽게 회상하곤 했다고 한다.
피아노 앞에 앉은 모차르트 (요제프 랑게 작, 1789)
모차르트, 이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네 : 루치아 포프
'서늘한 숲 >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파 하이든 (0) | 2017.03.02 |
---|---|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 (0) | 2017.02.28 |
전우의 추억 (0) | 2017.02.24 |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왜 음울할까 (0) | 2017.02.18 |
즐거운 나의 집 (0) | 2017.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