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으면 세이레동안 금줄을 쳤다. 우리 시골에서는 금줄이라 안하고 송침이라 했다. 솔가지를 끼워 엮어서였을 것이다.
금줄은 샤머니즘 신앙풍속의 하나다. 새끼는 부정을 방지하는 의미의 왼새끼로 꼬았고 끼워 넣은 솔가지도 무속신앙에서의 성스러운 의미를 갖는다. 굿을 할 때 신장대로도 쓴다. 여기에 숯과 고추를 달았다. 남녀 성별을 알리는 의미로 고추를 달았다고 하지만 우리 시골에서는 그런 풍습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막내라 우리 집에서 출산 금줄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집에서 한번 정도 본 것 같다. 고추는 없었다. 아기 출산뿐만 아니고 송아지가 태어나도 금줄을 쳤고 장독대에도 버선과 함께 금줄을 쳤다.
출산 금줄을 부정 타는 것을 막자는 의미로 해석하곤 하지만 미신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갓 나온 아기는 병역에 취약해 외부인이 출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긴 후라야 외부인을 맞는다. 그것이 세이레, 즉 스무하루다. 세이레는 아기엄마의 산후조리기간이기도 하다.
또 솔가지나 숯, 고추 등은 나쁜 균을 방지하는 것들이다. 과학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지혜였고, 단순한 샤머니즘적 미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유명세를 탔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그집 고추 낳았대’라고들 말하는데 나는 고추가 아니라 가지를 달고 나왔다고 소문이 떠르르했었다고.
그런 내가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니 아까운 가지 하나가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우리 어머니의 금줄에는 고추 대신 가지가 달렸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