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은 이후 전 세계인에게 가장 히트한 곡이지 싶다.
결혼식에서는 보통 피아노 연주로 잔잔하게 흐르는 곡이지만 원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장중한 음악이다.
결혼의 흥겨움보다는 거룩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 아름다운 곡을 남겨 주었지만 오페라 <로엔그린>은 비극적인 이야기다.
사람을 믿지 못하여 맞는 횡액은 동서양 어디나 똑같은 모양이다. 우리 전설 구미호에서도 아내의 비밀을 지켜주지 못하고 가벼이 입을 놀린 남편 때문에 여우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비극의 결말을 본다.
로엔그린은 독일 전설을 기조로 쓰여진 오페라다.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은 엘자와 결혼하면서 절대 자신의 신분을 묻지 말라고 다짐을 받는다. 그러나 엘자는 남편을 믿지 못하고 결국 그의 이름을 묻는다. 그를 묻는 순간 모든 순리는 깨진 것이다. 내 이름은 로엔그린이오.
그리고 기사는 엘자를 떠나게 된다. 그가 올 때 백조를 타고 왔는데 그 백조는 엘자의 남동생으로 마법에 걸려 있었다. 로엔그린은 백조의 마법을 풀어 사람으로 환생시켜 주고 떠났다. 남동생을 끌어안고 울다가 엘자는 한이 서린 채 죽음을 맞이한다.
음악이 이렇게 비장한 것은 극의 결말을 암시한 것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이 로엔그린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결혼식 때 이 곡을 쓰기를 꺼려한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나는 그보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 결혼의 설렘과 흥겨움을 흥건히 젖어 있어 더 좋아한다.
내용이야 어떻든 인생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날 듣기에 얼나나 아름다운 음악인가.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음악에 행진을 하며 행복해 하겠지.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중 혼례의 합창
'서늘한 숲 >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0) | 2016.10.30 |
---|---|
사랑의 인사 (0) | 2016.10.09 |
여자친구 (0) | 2016.09.16 |
미술 수업시간에 비틀즈를 듣다 (0) | 2016.09.05 |
기다리는 마음 (0) | 2016.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