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여자친구

설리숲 2016. 9. 16. 12:15

 

 박정희 시대에 어설픈 국어사랑이 있었다.

 외국어 외래어 쓰지 말고 죄다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라는 것.

 북한은 이른바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순우리말을 시행하고 있던 참이었다. 반공이 국시인 대한민국의 법은 주체사상을 반국가불온사상으로 간주하여 거기에 관련된 사람이나 콘텐츠 등은 피의 숙청을 면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박정희는 겉으로는 그랬어도 마음 한편에 좀 찔리는 데가 있었나 보다. (북한을 따라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지만) 갑자기 외래어사용금지령을 내리고 각계에서 선불 맞은 짐승처럼 수선거리며 그 사업에 착수했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뭔 일만 생겼다 하면 연예인과 그 집단을 건드리는 게 필수여서 박정희는 가수들에게도 손을 댔다. 느덜도 외국 이름 쓰지 말어!

 그래서 유행이던 씨스터라는 말을 못 쓰고 숙자매 국보자매 희자매 이런 이름들이 생겨났고 바니걸스가 토끼소녀가 돼 버렸다. 투에이스는 금과은, 김세레나는 김세나가 되었고 패티김은 본명인 김혜자로 한동안 불렸다.

 그중에서 젤 웃긴 건 양파들이었다. 외래어로 부를 땐 다들 제법 세련된 것 같더니 우리말로 바꾸니까 참말 이상하긴 하다. 양파들... 참 많이 웃겼다.

 

  내가 그 경우를 당했다면 저항 또는 엿먹으라는 표시로 양파 말고 다마네기로 어엿하게 바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괘씸죄로 어디 한군데 반병신이 됐을 테지.

 

 

 독재자의 횡포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외국어에 대한 선망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보이그룹 걸그룹 할 것 없이 죄다 뜻도 모르는 이름들이다. 그룹뿐 아니라 일부 솔로 가수나 배우들까지도 그렇다.

 발음도 조심해야 한다. 전에 이문세는 SS501을 에스에스오공일이라 했다가 망신과 비난을 받았다. 아니 왜 에스에스오공일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건가.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 HOT는 에치오티라고 해야지 핫이라고 하면 안된다. god도 그렇다.

 EXID는 이 엑스 아이 디라고 또박또박 읽어야지 엑시드라면 이문세처럼 망신당한다. 근데 EXO는 또 왜 이엑스오가 아니라 그냥 엑소냔 말이다.

 가장 어이없는 이름은 이필원과 박인희의 듀오 뚜아에무아였다. ‘너와나라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발음도 어려운 이런 남의 나라 말을 붙이면 고상하고 세련됐다는 사고방식들이 얼마나 천박한지.

 

 구우일모 이 와중에 한글 이름이 있긴 하다. 소녀시대. 근데 이 이름은 로리타적인 냄새가 풍겨 개인적으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요즘에 여자친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천박한 노출의상을 입혀 해괴망측한 동작의 춤을 추게 하는 게 작금의 트렌드다. 아이들을 성상품화해서 번 돈을 세면서 저거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이름도 이름이려니와 여자친구는 그런 복장을 안 해서 순수해 보여 좋다. 천편일률적인 댄스곡이 아닌 서정적인 노래들이 나이 먹은 사람의 귀에도 듣기 좋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친구의 팬은 아니다. 그저 그나마 봐줄만하다는 거지.

 

 

여자친구 : 오늘부터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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