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조개 껍질 묶어

설리숲 2016. 8. 22. 13:44

 

 

 

 

 

 

 남부터미널에서 대천행 버스를 탔다. 분명 행선지는 대천이었다. 기사한테도 물어 확실히 대천으로 간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령터미널에 도착했다. 원래는 여기서 내려야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천 간다는 버스였고 기사도 분명하게 대천 간다고 했으니 일단 보령터미널에 들르고 그 다음 대천으로 가겠거니 눌러 앉았다. 그러나 버스는 곧바로 다음 행선지인 군산으로 향했다. 얼른 기사 옆으로 가 물었더니,

 아 보령이 대천이지 무신 소립니까? 대천으로 바로 가는 시외버스는 없어요. 아까 내렸어야지...

 그리하여 우리는 일정에 없는 군산터미널까지 갔다가 다시 보령시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서야 대천에 도착했다.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석양이 물드는 대천 해변을 거닐며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려던 당초의 로망이 날아가 버렸다. 전에 연애하던 때의 일이었다.

 지금도 센트럴시티나 남부터미널 등의 대천 가는 노선은 실은 대천엘 가지 않는다. 보령이다. 그러면서도 관계자들은 죄다 대천 가는 버스라 한다. 대천을 가려면 보령터미널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이런 불편이 있는지라 여름철 피서 성수기에는 보령을 안 거치고 바로 대천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를 한시적으로 운행하고 있긴 하다.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보령(대천)’이라 명시하지 말고 그냥 보령이라고 해 주었으면 헷갈려 손해 보는 여행객이 없을 터인데.

 

 

 

 

 

 

 

 

 

 

 

 

 

 

 

 

 일단 입추가 지나면 조석으로 느껴지는 공기가 달라지고 가을이 머지않은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하는데 올 여름은 최악이다. 열대야가 한 달 이상을 이어졌고 처서를 앞두고도 폭염이 끝나질 않는다. 8월 초 바캉스는 절정을 이루고 중순부터는 그 인파가 확연히 줄어드는 게 보통이었지만 올해는 여전히 만원이다. 대천 해변으로 들고나는 길은 힘겹기만 하다.

 

아무튼 여름의 매력은 뜨거운 정열과 푸른 바다이니. 길 위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고충도 어찌 보면 즐거움의 하나이고 느긋하게 즐길 일이다.

 

 

 

 

 

 윤형주가 그 옛날 대학 친구들과 함께 대천 해수욕장으로 놀러를 왔고 게서 여자들을 만나 같이 어울리다가 졸아간다는 그녀들을 붙잡아 앉히기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 부른 노래라고 한다. 사진으로 보면 옛 대천의 바닷가 풍경이 훨씬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지금의 이곳은 각종 시설물 등 풍경도 그러려니와 바가지상흔의 부정적인 인상이 앞선다.

 청춘의 열기와 시원한 바람, 탁 트인 바다와 모래사장, 거기에 통기타와 노래가 가미되면 젊음은 낭만은 최고조에 달한다. 아마 그 시절은 그런 낭만들이 있었을 것이다. 노랫말처럼 밥도 태우고 반찬도 없었지만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해변 어느 곳에 노래비가 있다. 처음 곡목은 <라라라>였다가 대중적으로 히트를 치며 <조개껍질 묶어>로 통용되었다. 다시 녹음한 음반에는 아예 <조개껍질 묶어>가 되었다. 박인희의 <모닥불>과 함께 레크리에이션이나 MT용 노래로 오랫동안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노래다.

 

 

 

 

 윤형주 작사 작곡 노래 : 조개껍질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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