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연포 해변에서

설리숲 2016. 9. 2. 17:09

 연포는 낙지탕이 아니다. 태안 근흥면의 바닷가 마을이다. 유명세는 그리 높지 않은 해수욕장이 있다. 현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견이지만 국립공원이라기엔 많이 미흡해 보인다. 조촐하고 고즈넉한 바캉스를 원한다면 아주 좋은 곳이라는 말이다.

 

 

 

 

 

 

 

 

 

 

 

 

 

 

 

 

 다른 글은 말고 연포에 관한 일화 하나를 써 보려 한다.

 연포 일대는 삼성 그룹의 사유지다(현재 이 부분에 있어 여러 분야에서 갈등과 논란이 진행 중인 걸로 안다).

 이 일대를 사들인 삼성은 바닷가에 인공 해수욕장을 만들었다. 듣기로는 대량의 모래를 사다가 사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이 해수욕장에서 1978년 제1TBC 해변가요제가 열린다. 그 전에 MBC에서는 대학가요제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에 자극을 받아 TBC젊은이의 가요제라는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어 MBC에서 또다른 가요제인 강변가요제를 만들어 흥행하자 TBC는 또다시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해변가요제였다.

 TBC는 알다시피 중앙일보와 함께 삼성의 계열사였다. 자사의 프로그램을 자사의 지역에서 개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후 매년 여름에 연포에서 해변가요제가 열렸는데 나중에 대중스타가 된 신인들이 발굴되는 등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80년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TBC는 강제로 KBS로 통폐합되었다. 통폐합된 이후로도 TBC의 프로그램들은 이어졌는데 젊은이의 가요제는 전에 포스팅했던 국풍‘81 젊은이의 가요제로 이어졌고 해변가요제사랑의 듀엣 가요제라는 명칭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경악할 만한 일화가 있다. 얼마 전에 당시 MC로 진행했던 왕영은이 TV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1981년 연포에서 있었던 가요제. 모든 것을 성황리에 마치고 이제 녹음된 테이프로 방송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만 그 테이프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인지 도난당했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가장 황당한 방송사고가 난 것이다.

 PD는 출연자와 관계자들을 설득해 방송국 공개홀에서 다시 가요제를 진행했다. 이미 수상자도 다 결정된 후이지만 아무 것도 모른 척 출연자들은 열심히 노래를 했고 대본대로 다시 가슴 떨리는 수상자를 호명하고 감격에 겨운 환호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현장음으로 파도소리까지 적절하게 집어넣었다고 한다.

 

 이건 일화라기보다는 범죄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 공소시효는 다 지났지만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숙하지 못한 때였고 사람들 개념 또한 그랬을 것이다. 설사 다 들통 났더라도 죄의식을 그닥 크게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연포해수욕장보다는 그 인근의 황골해수욕장이 더 넓고 깨끗하여 여건이 훨씬 좋은데 군사기지가 있어 피서지로 그리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노래 <연포 아가씨>의 정서는 아마 해수욕장이 생기기 이전의 고요한 포구에 관한 것일 것이다. 지금의 풍광과 정서는 노랫말과는 많이 다르다.

 

 

 

 

 

 

 

 

전우 작사 박춘석 작곡 백남숙 노래 : 연포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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