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응답하라 쌍문동

설리숲 2016. 6. 29. 00:25

 

 일 혹은 여행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 모든 전원코드를 다 뽑는다. 그런데 다녀와서 컴퓨터를 다시 키면 부팅이 되지 않는다. 매번 컴퓨터의 시간이 1988년으로 돌아가 있곤 한다. 현재시간으로 수정을 해 주어야 정상으로 시스템이 가동된다. 1988년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며 그렇다고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1988년에 우리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나.

 추억을 회상하면 좋은 추억이건 흑역사든 현재의 우울함을 잠시나마 잊게 되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흘러간 노래, 그때는 내가 어떤 옷을 입었지. 부모님은 아직 돌아가시기 전이라 그 품안에 안겨 많이 든든했었지. 화려한 올림픽의 뒤안길에는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지강헌이 홀리데이를 들으며 세상을 하직하고 있었다. 미모의 브룩 쉴즈는 지금은 어떻게 늙어 있을까. 내 사랑하던 그녀는... 그래 사랑 연애... 가슴 부풀고 싱그럽던 우리들의 청춘이야기. 숱한 사연과 절절한 에피소드들.

 

 근래 케이블 TV에서 이런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방영하곤 한다. <응답하라 1988>도 숱한 화제를 뿌리며 다녀갔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천박한 막장드라마로 사람들을 황폐화시키는 경쟁을 하는 와중인데 오히려 케이블에서 잔잔한 고급 드라마를 방영한다. 그 반대여야 할 것을.

 

 

 

 

 

 

근래 쌍문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드라마의 영향 탓이다. 아직도 20~30년 전의 풍경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동네다. 골목이 있고, 슈퍼 앞 평상엔 이웃집 할배 두엇이 막걸리를 권하고 앉아 어스름 저녁 퇴근해 돌아오는 정 씨네 딸내미에게 인사를 받는 곳. 드라마는 사람들의 정이 흐르고 고단한 삶들을 서로 보듬어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덕선이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은 아마 선덕고등학교에서 빌려온 듯하다.

  배경설정은 쌍문동이지만 실제촬영은 인천 부천 등 다른 곳에서 했다.

 

 

 

 

 1983422일생, 본적은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현주소는 부천시 원미구.

 쌍문동 또 하나의 전설 아기공룡 둘리의 프로필이다. 먼 빙하기에서 온 괴물. 이 넓고 넓은 누리에서 그는 한국, 그것도 쌍문동을 선택했다.

 <응답하라 1988>도 마찬가지겠지만 작가 김수정도 그 당시의 쌍문동이 평균적인 서울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자는 아니지만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사는 소시민적 서울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선덕고 지근 거리에 둘리뮤지엄이 있다. 쌍문동을 둘리의 테마 동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둘리뮤지엄 입장료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비싸다. 아이들 입장료가 더 비싼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에겐 별로 매력이 없긴 하다. 아이 손잡고 들어가지 어른 혼자는 내키지 않으니까 입장료도 합리적으로 책정한 것 같다.

 

 

 

 

 

 

 

 여름이 깊어졌다. 하지도 지났으니 해는 점점 짧아질 테고 계절은 또 겨울로 향하여 가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무덥고 습하다. 모기는 극성이고 저녁마다 방역차는 골목을 돌아다닌다. 우리 사는 세상은 늘 이렇게 부산하게 움직이며 떠들썩하다. 깊은 숲속에 앉아서 거들먹거려 봐야 어디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을까.

나는 어제도 쌍문동의 옛골목 같은 길들을 돌아 나왔다. 세상의 길은 다 거기서 거기다. 추억 하나 길어 올리는 우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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