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목계 나루

설리숲 2016. 6. 25. 00:27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목계 장터>

 

 

 

 

 

 언젠가 시 농무(農舞)를 읽고는 신경림에 완전 꽂혀 버렸었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그 안에서 겪으며 토해내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토속적인 감성과 함께 냉철한 시선을 보았다.

 

 그의 고향 충주 하고도 목계.

 오늘날 목계는 그저 한갓진 촌구석이지만 한때 가장 은성했던 나루였다. 강원도 경상도와 한양을 오가는 집산물은 반드시 이 목계나루를 지났다. 남한강 유역에 이외에도 여러 곳에 나루가 있었지만 목계 상류 쪽으로는 수심이 얕아 거선(巨船)은 소회할 수 없어 사실상 목계가 종착 나루인 셈이었다.

 강 건너 가흥에 가흥창을 두고 물산을 보관할 정도로 번성했던 목계는 일제가 수탈목적으로 철도를 놓은 이후 수운(水運)의 기능이 약화되며 급격히 쇠락했다.

 그 흔적은 목계나루터라는 표지석으로 서 있고 근래 나루전시관을 새로 지어 옛 영화를 돌아보게 하였다.

 

 

 

 

 

 

 

 

 

 

 

 

 어느 때 우연히 이곳 강가를 지나다가 아침 안개 속에 잠들어 있는 풍경을 보고는 그 신비스러운 광경에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전시관 매점에서는 하루 종일 김용임과 다른 가수의 <목계나루> 노래가 나온다. 소양강 나루에 가면 온종일 <소양강처녀>가 나오듯이. 여기 종사하는 사람들은 지겹기도 하겠다.

 세월이 그런지라 어느 강가를 가도 소담스런 옛 강마을의 정취는 없다. 그땐 그랬지 하는 회상만 버들가지처럼 휘휘거리고 있을 뿐.

 

 

 

 

 

 

 

유홍무 작사 백봉 작곡 김용임 노래 : 목계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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