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산장의 여인

설리숲 2016. 6. 27. 01:00

 

 

 작사가 반야월은 가수이기도 했다. 가수로서 노래를 할 때는 진방남이다. 유명한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른 가수다.

 6·25 직후, 고향인 마산에서 위문단을 만들어 활동을 하는 중에 마산결핵병원으로 공연을 갔다. 무대에서 히트곡인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르다가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인을 보았다. 흰옷을 입었고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그 여인을 만나 사연을 들었다. 여인은 결핵환자로 그 병원에서도 격리가 필요한 숲속 <산장병동>에서 요양하고 있다는 아픈 사연이었다. 진방남은 그 이야기를 모티프로 가사를 지었고 역시 결핵을 앓았던 전력이 있는 이재호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그 노래가 <산장의 여인>이다.

 

 <산장의 여인>은 권혜경의 데뷔곡이자 최고의 히트곡이 되었다. 이후로 수많은 히트곡을 부르며 가수로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전성기를 보내지만 호사다마, 병마를 맞이한다. 흔히 가수는 노래 따라 인생을 걷는다는 속설이 있듯 권혜경에게 찾아온 결핵은 평생 그의 곁을 함께 했다.

 평생을 투병하면서 그는 재소자들을 위한 공연과 강연을 다녔다. 1982년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인권유공표창장을 받는다.

 

 

 

  나는 열렬한 연애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 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자신의 노래처럼 청원의 한 산자락에서 쓸쓸한 노후를 보내다가 2008525일 별세하였다. 525일이란 날짜에 의미가 있는 일화 하나.

 조용필이 자신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공연에서 조용필은 자신이 노래방에 가면 애창하는 노래라며 부른 곡이 <산장의 여인>이었다. 그날이 2008524일이었고 권혜경은 그 이튿날 별세하였다. 조용필과 청중이 하루 앞서 그의 추모곡을 부른 셈이었다.

 

 권혜경은 지인인 음악평론가 배성서에게 평소 유언을 하였는데 자신의 묘에 산장의 여인 노래비가 서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권혜경 노래 : 산장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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