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설리숲 2016. 6. 12. 11:47

   그녀의 두 눈에서 남몰래 눈물이 흐른다

   유쾌한 젊은이들이 질투하는 듯하다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그것이 보이는.

 

 

 오페라는 말 그대로 극적(dramatic)이다.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다. 우선은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드라마틱해야 하고 목적이 노래를 부르기 위한 것이니 스토리가 단순해야지 디테일하면 지루하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그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오페라의 정수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관심사인 사랑, 그것도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한편의 오페라를 보진 않았지만 그 이야기와 노래만 듣고도 어느 정도의 감흥은 느끼고 있으니.

 

 ‘사랑의 묘약이란 건 세상에 없다. 오직 진심뿐이다. 네모리노는 묘약 때문에 사랑을 얻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에 아디나가 감동을 받은 것이다. 어디 남녀 간의 사랑뿐인가. 우리 사는 모든 일상사가 그렇지 않은가. 위선과 교만, 사기, 허영 따위로 지탱해 나가는 우리 인간세는 염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마음을 침잠시켜 네모리노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들으면 저절로 정화의 눈물이 흐른다.

 

 도도하던 아디나는 자신을 사모하는 남자의 진심을 느끼고 그에 대한 사랑이 복받쳐 눈물을 흘린다. 이것을 지켜보던 애인 네모리노가 부르는 노래가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사랑의 환희에 넘치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고 가장 절제하여 부르는 노래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이 한 곡에 그 모든 것이 들어있다. 도니제티는 사실상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긴 이야기를 만들어내 것일 수도 있다.

 

 중세시대 사랑이야기의 트렌드는 스크리브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였다. <사랑의 묘약>은 이 이야기를 기초로 로마니가 대본을 썼다. 대본은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하고 도니제티도 역시 일주일 만에 곡을 완성했다 한다. 그만큼 두 사람의 작품을 위한 추진력이 대단했는데 단 한 가지 의견충돌이 있었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자기주장을 하다가 신중한 협의를 한 끝에 도니제티의 고집을 받아들여 드디어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오랫동안,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을 클래식의 명작이 되었다. 도니제티의 주장대로 삽입한 이 노래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가장 사랑받는 아리아인 이 노래를 나도 무척 좋아하여 오카리나로 연주하곤 하는데 아무리 있는 기술 없는 기술 다 내어 기교를 부려 보아도 도저히 노래의 맛이 살지 않는다. 내 실력이 모자란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카리나의 음색이 걸맞지 않는다. 이 노래는 사람이 불러야 진정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굳이 악기로 연주한다면 클라리넷이 가장 적합한 악기가 아닐까 한다.

 

 많은 가수 중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가 단연 최고다.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어떨까 할 만큼.

 

 

 

 

도니제티 곡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루치아노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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