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상처의 땅, 군산

설리숲 2016. 3. 14. 23:52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인 금강 하구 군산으로 가는 길.

 삼일절 아침이었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다.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래도록 유관순 누나라는 칭호로 불리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열사가 된 소녀.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여긴 어린 소녀의 거룩한 일생을 국가는 입때까지 방치해 온 것이다. 열여섯이면 지금의 중학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꿈 많고 가녀린 소녀일진대, 못난 위정자와 어른들의 과오를 짊어지고 꽃다운 청춘을 바친 것이다. 눈물이 난다.

 

 

 군산은 일제의 만행과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픈 땅이다. 째보선창을 비롯한 금강 하구 일대에 그 흔적이 산재해 있다.

 시간이 머물러 있는 듯한 생경한 풍광이 관광객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이겠지만 진정으로 그 깊이를 되새기자면 정말 슬프고 원통한 일이다.

 

 오늘날 저만 잘 났다고 거드름 피우는 위정자들과 시정잡배들의 행태를 보면 그 원통이 분노로 바뀐다. 나이는 먹었으되 나잇값을 못하는 닭대가리 같은 소인배들. 신 군의 장례가 있었다. 공포와 고통의 날들로 점철된 가여운 7살의 생애. 그 부모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열여섯 소녀를 비장한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 나라의 어른들 역시 그러하다.

 

 친일분자를 청산하지 못한 이 나라의 정체성. 그 분자들과 후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앉아 나라를 주무르고 있는 이 현실은 얼마나 황막한지.

 

 

 

 

 

영화 <8월의 크치스마스>의 무대

 

워낙 유명한 빵집이라 나라미를 서서 시간을 투자해야 빵 한 조각 살 수 있다. 

 

 

 

 

 동국사

 일제가 포교라는 미명하에 조선에 500여개의 절을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건축의 사찰이라 한다.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조동종이 과거의 만행을 참회한 내용인 <참사문>을 새겨 넣은 비문. 동국사 경내에 있다.

 

 

 

 

     참사문(懺謝文)

 

 우리 조동종(曺洞宗) 명치유신 이후 태평양전쟁 패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당시의 정치권력이 자행한 아시아 지배야욕에 가담하거나 영합하여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 또한 탈아입구(脫亞入毆)를 내세워 아시아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멸시하였으면 일본 국제와 불교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일본문화를 강요하여 민족적 자긍심과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왔다. 게다가 불교적 교의에도 어긋나는 이런 행동들을 석가모니 세존과 삼국전등(三國傳燈)의 역대 조사의 이름을 빌어 행해 왔던 것이다.

 우리는 과거 해외포교의 역사 속에서 범했던 중대한 과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아시아인들이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해외포교에 종사했던 사람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일본의 해외침략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것을 정당화했던 종문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중략)

 생각해 보건대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불자로서 평등해야 하고 어떤 이유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훼손되어서는 안 될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 말한다. 그런데도 석가모니 세존의 법맥 잇는 것을 신앙의 목표로 삼는 우리 종문은 여러 아시아 민족 침략의 전쟁에 대해 성스러운 전쟁이라 긍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며 조선을 종속시키려 했고 결국 한국을 강점함으로써 하나의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우리 종문은 그 첨병이 되어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획책하고 황민화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할 때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귀속할 곳을 찾기 마련이다. 가족, 언어, 민족, 국가, 국토, 문화, 신앙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장받았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식을 얻는다. 정체성 보존은 사람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황민화정책은 한민족의 국가와 언어를 빼앗았으며 창씨개명이라 칭하여 민족문화에 기반을 둔 개인의 이름까지도 빼앗아 버렸다. 조동종을 비롯한 일본의 종교는 종교의 이름으로 그런 만행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중국 등지에서는 종문이 침략 하에 놓인 민중에 대한 선무공작을 담당했으며 그중에는 자진해서 특무기관에 접촉, 첩보활동을 행한 승려조차 있었다.

 불법을 국가시책이라는 세속적 법률에 예속시키고 나아가 타민족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침탈하는 두 가지 잘못을 함께 범한 것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두 번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사람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침범을 당하거나 박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로써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든 민족이든 마찬가지다. (중략)

 설령 제 아무리 아름다운 장식을 하더라도 제 아무리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해 나타나더라도 어던 하나의 사상 혹은 신앙이 다른 존재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다른 존재와의 공생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함께 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사상과 신앙을 거부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사상이나 신앙을 초월해 훨씬 엄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리고 과거 일본의 억압 때문에 고통을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죄하면서 권력에 편승하여 가해자 입장에서 포교했던 조동종 해외 전도의 과오를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이다.

 

                                 19921120일 조동종 종무총장 大竹明彦

 

 한글번역 : 국립군산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 표세만

 동국사의 개산기념일에 일본 조동종에서 발표된 참사문(발췌)을 조각한 비석을 동국사의 정원에 세우고 제막식을 봉행한다.

 

                         불기 2556(서기 2012)928

                         일본의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건립

 

 

 

  평화의 소녀상. 동국사 경내에 있다.

 

 

 

 

 

 삼일절을 기념하고 상기하는 의미로 옛 교복을 입는 퍼포먼스를 한 것 같은데 이 교복 자체가 일제의 잔재라는 점을 생각하니 적합 일인가 하는 일말의 의문도.

 

 

 

 

 

 

 

 

이병훈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 금강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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