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평택

설리숲 2015. 9. 28. 23:22

 

 

 동요 <노을>을 불러 대상을 차지한 권진숙 양(당시 평택 성동국민학교)은 인터뷰에서 대도시인 서울과 자연환경이 좋은 평택 사이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 평택도 더 이상 한적하지 않다.

 

 

 

 

 <노을>의 노랫말이 탄생한 곳인 평택 군문동과 팽성읍 일대의 들판이다. 당시에는 너른 들판이었을 테지만 이미 30여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은 노래 가사만큼 전원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들판 한 가운데를 38번 국도가 가로질러 분단된 들은 시야가 훨씬 좁아져 있다. 도시는 팽창하여 한적한 옛 들길의 흔적조차 없고 질주하는 자동차와 전동차의 소음과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부연 먼지들이 여느 도시의 풍광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역시 가을이라 들판은 황금색의 곡식이 널려 있고 바야흐로 하나 둘 비어가고 있었다.

 화가이자 교사였던 이동진이 가을 어느 날 군문다리를 지나다가 만난 노을의 풍경이 우리나라 문화의 큰 줄기를 엮은 노래를 만들어냈다. 당시에는 너른 들판과 함께 안성천 하류와 만나는 서해바다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왔을 테고 그 노을이 장관이었을 테지. 군문리가 군문동이 되었고 지금은 안성천 바로 옆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군문교에서 아무리 돋움발을 하고 넘겨다보아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천변에 억새들이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어 석양을 받는 그 풍광이 제법 볼만하다.

 

 모락모락 저녁밥을 짓는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고, 팔 벌려 웃음 짓는 허수아비도 없고, 초가지붕에서 꿈꾸던 둥근 박도 없다. 이미 한 세대 저 편의 추억으로만 간직되어 있는 전설이고 어른들의 동화다.

 

 

 

 

 

 

 

 

 

그래도 여전히 해가 기울면 노을이 비낀다. 이것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동화 같은 노래도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저녁빛이 내리는 평택을 떠나오면서 시간의 덧없음을 느낀다.

 

 

 

 

 

 

반대쪽 동편 하늘에는 언제 떴는지 군문교 위에 둥근 달이 휘영청 떠올라 있다. 추석이다. 달은 더구나 슈퍼 문(Super Moon)이라 한결 가까워 보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달은 내 이맛전 앞에 떠 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달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손만 내밀어도 잡힐 것 같건만 그만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음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유년시절 엄마 등에 업혀 돌아오던 밤길에서 쳐다본 달은 자꾸만 우리를 쫓아왔었다. 멀어지지도 않고 가까워지지도 않고 개울을 건너고 집 마당에 들어왔는데 달은 거기까지도 따라왔고 마루에 올라서자 처마 끝에까지 따라왔다..

 

 

                                     이동진 작사 최현규 작곡 권진숙 노래 :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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