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건 아쉽고 애틋하다.
그것도 오랫동안 못 볼 사람이라면 더욱 애절하다. 그래서 공항의 이별은 눈물이다.
김포공항은 국제공항이다.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국제항로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김포공항은 모양새는 국제공항이지만 국내선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과거에는 국내외 모든 항공노선이 김포공항에 집중돼 있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이라 내국인이 외국을 드나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저명인사나 고급관료들 따위 일에 관련된 나들이 정도였다. 일반인들은 이민 등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탔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이 없는 이별이었다. 그래서 공항의 이별은 언제나 슬픔과 애달픔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을 것이다.
정진태 작사 김영광 작곡 바니걸스 노래 : 김포공항
대중가요들도 다 이별과 아픔으로 공항을 노래한다. 바니걸스의 이 노래는 어릴 때는 그저 무심히 들었는데 요즘 들으면서 참 명곡이라는 생각을 한다. 짧고 간결하지만 밤과 비를 등장시키며 아쉬움을, 그렇지만 담담한 심정으로 이별을 표현한 것 같다. 단순하고 짧은 게 명곡의 첫째 조건이라지.
지금의 김포공항은 일말의 애틋함도 없다. 표정들 전부가 들뜨고 설레는 얼굴이다. 이별을 위한 떠남이 아닌 즐기는 떠남이다.
나는 마흔두 살 때 처음 비행기를 타 보았다. 단지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닥 설레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 기차를 탈 때의 그 두근거림과 황홀함의 매력이 없었다.
김포로 돌아올 때는 완전히 어두운 저녁이었다. 생후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서울과 그 인근도시들의 야경이었다. 온갖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은 환상의 세계였다. 자연이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예찬하곤 했었지만 인공이 만들어 놓은 그 아름다음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의 첫 비행기여행의 기억은 이렇듯 강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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