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서귀포를 아시나요

설리숲 2015. 9. 5. 01:32

 

 

  밀감 향기 풍겨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동백꽃 송이처럼 어여쁜 비바리들

  콧노래도 흥겨웁게 미역 따고 밀감을 따는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제주도의 매력은 뭍과는 영판 다른 이국적인 풍광이다. 사방에 넘실대는 파도와 물빛, 따뜻한 겨울 날씨, 검은 현무암, 종려나무, 비바리, 산록의 오름들.

보통의 방문객은 이런 아름다움을 누리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도시의 뒷골목에 집착하고 만다. 참 고약한 취향임을 자각한다.

 동행인은 서귀포는 그 이름만 들어도 지겹다며 내 고약한 취향에 실소한다. 하루쯤은 각자의 여행을 하기로 하고 나는 항구로 걸어 들어갔다.

 

 

 제주 남부의 가장 번화가는 중앙로터리다. 드넓은 서귀포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서귀포항으로 가는 일대는 이중섭의 문화거리다. 각종 콘텐츠들로 이어져 있어 오밀조밀하지는 않지만 볼거리가 제법 많다. 옛 풍물부터 세련된 첨단 문물까지 다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지극히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려는 보통의 사람들에겐 따분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 중심에 이중섭이 있다.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한때 이곳에 살면서 치열한 삶을 영위했던 이력으로 제주도와 서귀포의 프랜차이즈 인물이 되었다.

 정작 이중섭 미술관은 들르지 않았다. 미술 딜레탕트인 동행인은 이중섭미술관에 전시물이 너무 빈약하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르니 그렇겠거니 수긍한다. 잘 모르니 아무리 예술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그리 간절하지는 않다. 그 전에 한번 들렀던 전력도 있고 해서 이중섭 거주지만 돌아보다. 초가지붕엔 햇빛이 졸고 마당 그늘엔 흰둥이가 졸고 있는 오후의 고즈넉한 풍경이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은 여전히 과거의 풍물이다. 포구의 모습은 어디나 다 그렇다. 그래야 한다. 세련되고 정제된 포구가 있을 리도 없지만 설령 있더라도 거기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포구는 어수선하고 너저분해야 한다. 그것이 진솔한 우리의 삶의 모습이니까. 내가 유명 관광지보다 도시 뒷골목을 찾아드는 것도 아마 나도 모르는 내 안의 DNA가 이끄는 것일 것이다.

 

 제법 돌아다녀 다리가 묵지근했다. 마을은 인적이 거의 없다. 돌담들이 군데군데 허물어진 흔한 풍경이다. 후박나무 큰 그늘 아래 모정이 있어 잠깐 앉아 다리를 쉬려는데 모기들이 달려들어 성가시게 군다. 아 이놈의 모기! 뭍이나 섬이나 이놈들의 생태는 다르지 않군. 어서 여름이 끝났으면...

 멀리 한라산 머리 위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정태권 작사 유성민 작곡 조미미 노래 : 서귀포를 아시나요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피리 불며   (0) 2015.09.18
청라 언덕  (0) 2015.09.11
진고개 신사  (0) 2015.08.31
칠갑산 산마루에  (0) 2015.08.28
경상도 아가씨... 40계단  (0) 201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