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가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그러고 나서는
저 남녘에서 봄바람이 올라오면 언제 그랬냐 하고 다시 들어가곤 했다.
고운동 계곡.
이것도 인연일까.
벌써 세 해를 다향(茶香)에 취했었다.
작년 골짜기를 나올 때도 역시 내년에는 오지 말아야지 했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그걸 어트게 장담하노, 그때 가면 또 맘이 변할걸”
했었다.
또다시 봄이다.
차의 계절이 왔다.
강원도 산골에도 이미 봄이 무르익어 몸은 근질근질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내게도 일이 생겨 올해는 고운동엘 못 가게 됐다.
맘으론 역시 그곳이 궁금하고 그립긴 한가지지만
그래도 계획된 일이 있으니 단념해야지 어쩌겠는가.
내년엔 가지 말자던 지난해의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모양새도 제법 그럴듯하지 않나.
차야 뭐 매해 비비고 주무르고 단내가 나도록 볶아대니 그리울 건 없고,
그러나 마당가에 청초하게 피던 금낭화의 분홍색 꽃잎이 그립고,
새초롬하게 돋던 감잎의 연초록 색깔이 몹시 보고프긴 하다.
그리고 올해는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깊은 인연을 만들까가 또 몹시도 궁금하고 설레는 것이다.
모쪼록 올해도 많은 이야기와 인연이 있기를...
다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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