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우리 어느 날에

설리숲 2006. 7. 8. 22:42

 느티나무 아래 버스를 기다리는 그가 먼발치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만날까. 기약없이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것을 우리는 안다. 이런 기묘한 인연이라면.

 

 연락처는 주고 받지 말자. 그래도 우리는 또 만나지잖아. 어디 가더라도 지금의 그 마음으로 잘 살거야 너는.

 

 이런 내용의 쪽지와 함께 돈 5만원을 봉투에 넣어 찔러 주었다. 곧 결혼한다. 물들임 하는 아가씨와 함께 고향 보령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

 한사코 거절하는 걸 강제로 우겨 이겼다.

 

 그리고 지리산을 그가 내려가려 저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내 손에 살짝 쥐어준 쪽지, 생전 글이라고는 모르는 그가 서투르게 적어 준 쪽지는,

 

  편지만으로도 넉넉히 배부르고 좋은데.... 나의 "지조"를 흔들었지만 기분은 나쁘진 않더군요, 혹 지나게 되면 (상당기간은 변변치 못한 집꼴이겠지만...) 밥 먹으러 들리세요. 보령시 오천면 오포2리 매미골-

 

 그를 태운 시골버스가 산모퉁이를 지나 사라질 때 가슴이 짠하더라. 연인도 아닌데 왜 이리 허전한지.

 그래 사랑 하나면 됐지 더 뭐가 필요 있겠나.

 부디 잘 사시오.

 내 부러 당신을 찾진 않겠지만 어느 길위에서 만나면 진하게 포옹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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