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 동쪽에 고운동 계곡.
고운 최치원이 와서 쉬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
깊은 그 계곡 어딘가에 푸른 녹차가 있습니다.
춥고 긴 겨울을 견딘 골짜기 산록에 찻잎이 돋아 오르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 찻잎을 따고 향긋한 녹차를 만듭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오래 기억될 인연을 엮어 함께 동고동락하곤 합니다. 해마다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되 푸른 녹차는 똑같은 맛으로 비벼져 속세의 사람들에게 그윽한 향을 전해준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찻잎은 돋았고 또 아름다운 사람들이 다시 모여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디론가들 사라져 갔지요.
사람은 가도 그 따뜻한 가슴과 미소는 차향처럼 남아 지리산 그 어느 골짜기에 서리서리 배어 있다 합니다.
茶園에서 들어온 찻잎엔 싱그러운 햇살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찻잎을 뜨거운 솥에 넣고 덖습니다. 솥의 온도는 300~400°C로 정말 뜨겁습니다. 이 공정을 ‘살청’이라 하는데 이 용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차를 잘 모르는 기자들이나 유식한 체 쓰는 표현입니다.
덖어낸 찻잎을 멍석 위에서 비빕니다. 아주 중요한 공정으로 찻잎 속의 성분들이 죄다 빠져나오게 해야 합니다. 녹차의 맛을 좌우하지요.
이 공정은 ‘유념’이라 하는데 이것도 유식한 체 하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입니다.
물이 흥건해질 정도로 비빈 차를 잘 풀어서 그늘에 말립니다. 지리산의 청량한 바람이 차의 맛을 더욱 가미해 줍니다.
잘 건조된 차를 다시 솥에 넣고 장시간 볶습니다. 이 과정에서 녹차 특유의 맛과 향이 완성됩니다. 현장에서는 ‘드라이’라고 하는데 dry라는 영어가 귀거슬리기도 하거니와 말린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법제(法製)라는 귀익은 말이 있으니 앞으로는 그 말을 썼으면 좋겠어요. 이 사진도 찍어 두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라지고 없군요.
자 이제 법제까지 마쳤으니 맛있는 차가 됐습니다.
지리산 맑은 공기와 햇볕으로 하늘이 선물한 푸른 녹차.
그 향긋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면 사람도 역시 그 깨끗하고 청량한 자연을 닮아 금방이라도 신선이 되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고운동 녹차의 골짜기를 나와 어디로들 간 곳을 모르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골짜기와 저 물들은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을 기약하며 기나긴 세월을 묵묵히 기다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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