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4월의 노래

설리숲 2015. 3. 31. 23:39

 

 소담하게 꽃들이 피어나는 이런 아침이면 그냥 이 노래가 듣고 싶다.

 

 우리 가곡들은 보통 창가풍이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도 대부분 그렇다. <4월의 노래>는 이런 천편일률적인 패턴을 깬 신선한 노래다.

 정말 꽃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베르테르의 편지는 아니라도 무언가를 들여다보며 사색에 들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낭만적이고 서정적이고 인간적이고.

 

 그러나 이 곡의 탄생 배경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여전히 참혹한 전쟁이 끝나지 않은 1953년 4월, 전쟁으로 인한 암울한 시대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자는 취지로 잡지 <학생계>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김순애에게 노래를 청탁했다. 김순애 역시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세 자녀와 암울하게 살던 처지였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나온 <4월의 노래>다.

 

“예술가의 길은 뼈를 깎는 고행이다. 곡을 쓸 때마다 될 듯 될 듯 안 되는 고통을 아는가. 그(남편)가 있으면 모든 것을 알려줄 텐데, 그러면 이 곡이 술술 쓰일 텐데 하고 운적도 여러 번이었다.”

 

 

 바깥세상은 목하 목련의 세상이다. 옆집 담장 밑에도, 공원 벤치 옆에도, 면사무소 주차장에도 온통 화려한 목련이다.

 그 아래서 편지를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럴 것이다. 낭만이 사라졌다라기보다는 세상이 변했다. 요즘은 편지가 아닌 카카오 메신저를 읽을 테지.

 

강릉원주대 캠퍼스에서

 

 

 

               

                      박목월 시 김순애 작곡 백남옥 노래 : 4월의 노래

 

                          이 세 분들은 이제 다 고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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