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노래여서 ‘동요(童謠)’다.
그런데 사실 동요는 어른들의 노래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바라는 순수함과 그리움, 또는 동경을 노래한다.
흐르는 곡은 정태모 작사 김태호 작곡의 동요 <바람이었으면>이다.
바람이었으면 바람이었으면
나뭇잎 살랑대는 그런 바람이었으면
꽃이 피면 꽃잎에 앉아도 보고
잎이 돋는 가지 위를 스쳐도 보는
나는 나는 그런 바람이었으면
바람이었으면 바람이었으면
나뭇잎 살랑이는 그런 바람이었으면
이슬 맺힌 억새잎 들여다보고
순이의 머리 올을 흩날려 주는
나는 나는 그런 바람이었으면
바람이고 싶은, 다분히 철학적인 가사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의 노래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하는 노랫말을 보자. 어린이가 저토록 고향 땅을 그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교적 근래에 발표된 <노을>도 그렇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요즘 어린이들에게 밥 짓는 저녁연기는 먼 세상 이야기다. 노래 전편에 가득 찬 농촌의 서정적인 정경은 그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의 정서다.
결국 동요는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의 노래라는 생각을 한다.
'서늘한 숲 >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족이 너무 많아 (0) | 2015.02.10 |
---|---|
등대지기 (0) | 2015.01.27 |
현악기를 사랑한 드보르작 (0) | 2015.01.07 |
젊은 우체부의 죽음 (0) | 2014.12.18 |
아빠, 간섭하지 마세요 (0) | 201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