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우편배달부가 죽었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이다
더 이상 사랑이 배달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의 심부름꾼을 잃었으니까
그는 날마다 사랑의 말을 가득 담아 왔었다
당신의 정원에서 사랑의 꽃을 한 아름 가져온 것도 그였다.
청명한 하늘로 그는 떠났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 마리 새처럼. 그리고 영혼이 그 몸을 떠났을 때 어디선가 밤꾀꼬리가 노래하고 있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만
이젠 그 말을 전할 수가 없다
당신에게 썼던 마지막 말들을 그가 가져갔으니
그는 이제 다니지 않는다
장미와 쟈스민 꽃 만발한 그대 집에 이르는 그 길을.
사랑은 더 이상 배달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메신저를 잃었으니.
내 마음은 감옥과 같다
내 기쁨과 고통을 당신께 전해주던 청춘의 그가 떠나고 말았다
겨울은 봄을 죽였고
우리 두 사람도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노래에 소년 우체부가 왜 죽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노래의 가사내용을 알고 잠시 가슴이 먹먹했었다. 참 슬픈 노래구나. 이런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소년의 죽음보다는 자신의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어 그게 고통스럽다는 이기적이랄 수도 있는 내용이어서 그게 더 슬프고 애통하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와 함께 그리스 음악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djidakis)의 곡이다. 어쩌다 접하게 되는 그리스 노래는 다 애조(哀調)의 노래다. 그 나라의 역사적 특성이 문화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파두나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이 노래 역시 그러한데 조국 그리스의 아픈 현대사를 우회적으로 그렸다. 평자들은 작곡자 마노스 하지다키스와 노래를 부른 사비나 야나투(Savina Yannatou)의 만남을 하늘이 내린 운명이라 말하기도 한다. 내용을 모르고도 그 절절함이 가슴을 적시는 이 곡은 이후로 여러 가수가 불렀고 그 중에서도 사비나의 노래가 가장 하지다키스의 영혼에 근접해 있다는 평이다.
영하 20도 밑의 혹독한 추위, 게다가 대지는 눈도 내려 쌓여 춥고 미끄러운 어제. 등기 한 통을 받았다.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온 집배원의 불그스레한 얼굴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자동차도 아니고 이 맹추위에 오토바이라니!
잠깐 들어와 몸 좀 녹이고 가시라 했지만 괜찮다고, 빨리 끝내고 가서 쉬면 된다고.
빨리 끝난다고 빨리 쉬게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안다. 모르긴 해도 하루 종일 추위 속을 그렇게 더 돌아다녀야 할 것임을 알지만 더 잡지는 않았다.
이런 날은 누구로부터 편지나 택배를 받는다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 보내는 건 더욱 미안할 수밖에.
만약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들 우편물을 자제한다면 혹 집배원들의 소득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닌지 그건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런 날은 되도록 안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크리스마스와 세모라 집배원들은 더 바쁠 텐데.
우체통에 넣으면 다 갈 것을 저렇게 직접 가지고 다니며 배달할 건 뭐람.
열일곱 소년 우체부는 왜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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