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가 아닌 이상 어떤 음악이 열풍처럼 몰아치며 사람들에게 애송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때 TV예능프로인 <남자의 자격>의 신드롬을 등에 업고 <넬라 판타지아>가 전 국민에게 인기를 얻었었다. 미디어문화의 위력을 과시한 사건이었다.
보통의 대중들에게 클래식음악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음악이다. 2008년, 두 곡의 클래식 곡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흐른 적이 있다.
내로라하는 일급 음악가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어린 소녀가, 그것도 음악인이 아닌 스포츠선수가 문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요정 김연아.
그녀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람들은 생상의 <죽음의 무도>와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라는 낯설었던 음악을 접하게 된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는 음악적인 스타일이 거의 상반되는 곡이다. 이 두 곡을 요정은 환상적인 연기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예로부터 서양인들은 동양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을 지니고 있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해군장교였다 한다. 배를 타고 이곳저곳 여행을 하면서 이국적인 풍광을 보고 느꼈다. 이슬람문화권에는 가지 않았지만 이러한 신비주의적 상상력은 나중에 세헤라자데를 작곡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나이트를 모티프로 만든 곡이다. 음악의 진행이 아주 유려하다. 2008년 프리스케이팅 음악으로 김연아의 선곡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다.
러시아인의 동양에 대한 몽환적인 선망과 몸에 밴 넓은 세계관이 잘 표현된 코르사코프의 명곡이다.
세헤라자데는 아름다운 처녀였다.
샤리아르 왕의 동생 샤자만은 어느 날 형의 아내인 왕비가 흑인노예와 더불어 희롱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형에게 고했다. 왕은 격노하였고 이후로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부정하다고 믿고 증오했다.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왕은 매일 새로운 처녀들을 데려다가 농락하고는 아침이 되면 죽였다. 세헤라자데도 그의 침실로 불려가 희생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지혜로운 세헤라자데는 아주 많은 책을 읽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는데 매일 밤마다 여러 나라의 전설이나 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주어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계속되는 세헤라자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진 왕은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처녀를 죽이는 것을 하루하루 미루었다. 처녀의 이야기는 장장 1000일을 이어간다. 그래서 아라비안나이트를 <천일야화>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맹목적으로 증오하던 왕은 세헤라자데를 사랑하게 되었고 왕비로 맞아들였다. 이후로 다시 예전의 이성적인 왕으로 돌아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라비안나이트는 신드바드의 이야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이 있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는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향곡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게 아닌 네 곡이 다 독립적이다. 모음적 교향시로 보면 될 것 같다. 네 곡의 부제는 다음과 같다.
제1곡,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제2곡, 칼렌더 왕자의 이야기
제3곡,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제4곡, 바그다드의 축제
어제 아침 KBS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에서 제3곡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를 듣고 문득 생각나서 올려 보는 글이다.
<세헤라자데>와 <죽음의 무도> 신드롬은 한 사람의 스타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힘을 보여준 사례였다.
“클래식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 있는 것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O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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