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역사를 같이 걸어온 남포동이다.
가장 번화한 곳, 부산 상권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부전동 서면에 그 지위를 넘겼지만 여전히 남포동은 서면에 이어 제2의 상권이고 부산의 상징이다. 한 블록을 두고 옛 거리와 현 첨단거리가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
자갈치시장
아침 여명.
선창에서 바로 보이는 허술한 식당에 시락국이라는 메뉴가 보여 그리로 들어간다. 무뚝뚝한 할매가 지금은 해장국만 된다고 한다. 난 시락국이 먹고 싶었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이곳 방언이다. 특징은 시락에 생선이 들어간다. 생선은 지역마다 다르고 그때그때 잡히는 수산물에 따라 달라진다. 원조는 통영이고 오히려 부산에서 자리잡았다.
예전에 길을 테마로 하는 책을 출간할 때 부산의 한 길을 리포팅하면서 잠깐 시락국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시락국이 맛이 있었다고 촌평을 했었는데 뻥이었다. 먹기는커녕 구경도 못했었다. 내가 언론이나 기사 등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모르긴 해도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언론기사는 반만 믿으면 된다. 내가 그리 뻥을 치고도 -더구나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오마이갓! - 양심의 가책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시락국이 먹고 싶었지만 이른 새벽에 다른 집을 찾아 나서기도 귀찮았고 먹을거리가 몹시 구뻤다. 성의 없이 말아주는 해장국을 떠 넣자마자 다른 집으로 가지 않은 걸 후회한다. 멀건 국물에 흥덩흥덩 싱겁고 고기는 한 점도 없다. 참말 정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다. 영남지방에 올 때마다 늘 염두에 두는 건 그래 이 지방에선 음식에 대한 기대는 버리자였다. 그래 여긴 부산이니까.
나중에 돌아오는 버스터미널 음식점에 역시 시락국이 있기에 드디어 먹어 보겠구나 하고 들어가 주문했다. 나온 음식은 시락이 아니고 우거지였다. 또 글렀다. 들어가야 할 생선도 물론 없다. 그냥 우거지국이었다. 우거지상을 한번 지어 주고 후루룩 떠 먹어보니 그런대로 맛은 있다. 그러나 시락국이 아니란 말이야.
BIFF 광장
남포동은 옛 정취와 현 문명이 공존하고 있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선창, 광복로 패션의 거리와 BIFF 영화의 거리.
남포동 중앙동 광복동 보수동 등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지만 통념상 이 지역들을 다 아울러 남포동이다.
국제시장
광복로 패션의 거리.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남포동 가면 씨앗호떡 한번 먹어 봐요. 먹을 만해요.
젊은이들이 왈왈한 거리에 호떡노점상이 많다. 죄다 ‘씨앗호떡’이다. 뭔가 했더니 우리가 아는 호떡을 반을 접어 그 안에 해바라기 씨를 채워준다. 씨앗의 고소한 맛과 씹는 식감이 좋다. 흠 아이디어가 제법 좋다. 이건 정말로 천원 내고 사먹고 쓰는 것이니 뻥이 아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예전 소싯적에 헌책방을 참 많이도 들락거렸었다. 내 역사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시절이었다. 헌책방엘 가면 책은 뒷전으로 둬도 그 분위기가 참 좋다. 그저 거기 서성거리기만 해도 가난하지만 학구열이 불타는 인텔리겐치아라도 되는 기분이다.
이곳 책방골목은 동란 때 피난민들의 애환과 더불어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역시 국제시장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 표현이 적절한진 모르지만 견물생심이라 책방골목에 왔으니 한 권 사리라 하고 그중에 이 골목에 처음으로 들어와 책방을 열어 전통을 낳았다는 <글방>으로 들어갔다. 말하자면 보수동 책방골목의 터주인 셈이다. 들어가자마자 더 볼 것 없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고 박완서의 소설을 집었다. 가장 소설가다운 소설가인 박완서다. 꾸미지도 않고 진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뛰어난 우리의 작가다. 편견이라 욕은 먹겠지만 나는 우리나라 여류작가들의 글은 읽지 않는다. 볼 것이 없다. 다만 박완서 선생의 글만은 예외다. 나는 그 분의 소설이 너무 좋다.
떠나오면서 지인에게 왔다간다는 문자 하나 띄운다. 당연히 섭섭하다는 지청구를 들을 걸 각오하고서. 그래야 다음에 또 올 핑계와 빌미를 만들 테니까.
신상호 작사 작곡 김수희 노래 : 남포동 부르스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0) | 2014.12.15 |
---|---|
가을 바람의 언덕, 추풍령 (0) | 2014.12.05 |
강촌(江村) (0) | 2014.11.02 |
대관령에 올라 (0) | 2014.10.28 |
소양강 처녀 (0) | 201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