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닐 때까지도 대관령이라 하면 산 넘고 물 건너 머나먼 미지의 땅으로 인식했었다. 우물안개구리의 세계관은 같은 강원도 땅이라도 이렇듯 좁았다. 뉴스로 접하는 대관령은 그랬다. 날씨는 여느 지방과는 늘 달랐다. 춥고 바람 불고. 어찌 이질감이 없었겠는가.
어느 때 강릉으로 가는 기회가 있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그 얼마나 멀게 느껴지던지. 말이 고속도로지 구불구불 2차선에 험준한 준령들을 넘고 또 넘는 먼 여정이었다. 참말 먼 이국의 땅이었다.
영동고속도로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생각하면 그해도 불편없이 들 그리로 넘어 다녔었지. 더구나 주말에 밀려드는 그 많은 차량이라니.
지금은 그 대관령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높은 고개는 변화무쌍하다. 뉴스에 나오는 대로 춥고 바람 불고 뜨겁기도 하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일기예보가 거의 맞지 않는다. 가까이 살면서도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이다. 머나먼 땅이다.
이런 변화무쌍이 실은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분출하는 화산은 무서워도 곧 땅덩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가을이 가고 있었다. 대관령은 곧 겨울이다.
오세영 시 임긍수 작곡 이재욱 노래 : 대관령에 올라
굽이굽이 대관령 올라
푸른 동해 굽어보나니
지난 한 생이 덧없고 무상하구나
솔잎이 향긋하게 스치는 바람처럼
어찌 자유롭게 자유롭게 살지를 못했던가
쉬엄쉬엄 대관령 올라
멧새들 지저귀는 소리 듣나니
지난 한 생이 서럽고 안타까워 몸부림치네
바위틈에 솟아나는 옹달새처럼
아름답게 살지 못했던가
휘적휘적 대관령 올라
흐르는 흰 구름 바라보나니
지난 한 생이 욕되고 부끄럽구나
풀잎에 내리는 아롱진 이슬처럼
어찌 티없이 티없이 살지를 못했던가
대관령 올라 동해 보나니
막 떠오르는 해 나를 불러
지난 한 생 처럼 꿈속에서 살지를 말고
흰 구름으로 살아라 한다
풀잎의 이슬로 살아라 한다
풀잎의 이슬로 살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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