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무교동 이야기>를 포스팅 하면서 정종숙과 동시대를 향유했던 정애리의 근황이 궁금했었다. 몇 곡의 히트곡을 남기고 홀연히 대중에서 사라진 후 전혀 그에 대한 소식을 알지 못했다.
그랬는데 곧바로 들려온 사망 소식.
산책 중에 한강에서 실족사했다는 것이다. 슬픈 소식이니 비보라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도 정신이 아뜩했다. 몇 십 년을 소식 모르고 지내다가 혹은 잊고 지내다가 문득 떠오르고 그리워진 사람의 소식이 죽음이라니. 내가 궁금해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나 때문에 벌어진 것 같은 무서운 자책이었다.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퇴계로를 찾았다. 특별히 볼 것도 없고 유명한 곳도 없는 서울의 한 거리지만 어쩐지 거길 가면 무엇인가 있을 것도 같았고 어쩌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너 때문이 아니야’는 고 정애리의 무언의 용서라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봐야 역시 아무 것도 없었고 그의 영혼 비스므레한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거리는 끝자락 여름의 이글거리는 햇볕과 숨 막힐 듯한 열기만 가득했다.
예전에는 죽음이라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모르는 사람의 죽음 하나하나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고귀한 단 하나의 생명인 것을. 사람 뿐 아니라 문지방에 어물거리고 있는 굽등이 한 마리에게도 그것은 가장 귀한 것이다.
한때 우리 곁에서 같이 숨 쉬며 저 먼 곳을 향해 걷던 지인들. 또는 우리에게 귀한 노래를 들려주던 가수들도.
그들의 부고 소식이 무겁게 가슴에 들어온다.
퇴계로에 나가 배회하던 그날은 더욱더 가슴이 먹먹했다. 그날 아침 또 하나의 비보를 접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던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권리세 양이 결국 운명했다는.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하고 좋아하던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나와는 일말의 인연은 없지만 사고 후 진심으로 그녀의 무운을 기원했다. 예쁘고 애젊은 아가씨의 운명은 진실로 아프고 애슬프다.
9월, 아직은 여름이 남아 있어 나뭇잎이 질 때가 아니건만 퇴계로 가로수는 병충해를 입었는가 앙상하게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갈 때가 되어도 가지 않는 것은 추하고, 갈 때가 아닌데도 가는 것은 너무 아프다.
맹원식 작사 작곡 정애리 노래 : 퇴계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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