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야기다.
같은 회사 동료들과 청평사로 놀러 갔었다. 처녀 둘 총각 둘. 누가 보면 쌍쌍이로 짝 맞춰 온 걸로 보였겠지만 회사동료라는 건 어떤 썸 느낌은 거의 없다. 다만 남자 박이 여자 정을 마음에 두고 있긴 한 상태였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때 막배 시간을 보아 두었다. 청평사 인근에서 그럭저럭 청춘남녀들이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하루를 잘 보내고는 처녀들이 막배 시간을 거론하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내가 보아둔 막배 시간은 5시 30분이었는데 6시까지 배가 있다고 구라를 치며 안심을 시켰다. 결코 무슨 흑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여자 정에 대한 남자 박의 마음을 헤아려 준 것뿐이다. 처녀들을 붙잡아 두더라도 무슨 여관 같은 숙박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몇 개 민박집 정도인데 흑심이 있었던들 민박집에서 역사를 만들기는 어쭙잖은가.
그래 6시에 맞춰 여유를 부리다가 내려오면서 룰루랄라 다음 스케줄을 짜내느라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과연 선착장에 내려오니 배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그제서 속은 걸 안 처녀들은 나를 원망하기 보다는 처한 상황에 당황해하고 불안해했다. 얼굴은 이미 웃음기가 사라지고 좀 과장해서 새하얗게 사색이 돼 있었다. 그 표정들을 보고서 내가 큰죄를 범한 것처럼 자책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배는 끊어졌으니 애초 의도대로(?) 민박에 들 수밖에 없었다. 처녀들은 몹시 허둥대며 공중전화를 찾았다. 휴대폰이 나오기 전이었고 열 사람 중 하나 정도 삐삐를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찾는 공중전화도 없자 그녀들은 한 식당으로 들어가 그 집 전화를 빌어 어디론가 여기저기 통화를 해댔다. 그러는 동안 표정들은 내내 절박하고 불안함 그대로였다.
어쨌건 그녀들의 절박한 노력으로 쾌속정 하나가 오기로 했다 한다. 이런 제길.
나의 빗나간 계책으로 아주 비싼 돈을 지불하고 쾌속정을 타고 무사히(?) 떠나왔다.
청평사에 그런 추억이 있었는데 남자 박은 후에 다른 아가씨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역시나 청평사로 둘이 놀러갔다가 내가 한 수법을 고대로 써먹었다고. 여자친구가 처음엔 난리를 치며 집에 가야겠다고 울고불고 하더니 민박집에 들곤 나서는 고만이더라고.
“근데 콘돔을 준비해 왔더라구.”
그가 빙긋거리며 한 말이었다.
둘은 그해 여름에 결혼을 했고 잘 사는 걸 보다가 연락이 끊어져 이젠 근황을 알 수 없다.
오봉이라 이름 붙은 산은 여럿이다. 북한에도 서너 개 있고 남한에도 꽤 여럿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오봉산 타령>은 구체적으로 어느 산을 노래한 건지 알 수 없다. 등산애호가들의 영향인가 몰라도 그래도 그중 춘천의 오봉산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방심하고 올랐다간 큰 낭패를 본다. 어찌나 가파르고 험한지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절대 오를 수가 없다.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다.
<오봉산 타령>은 경기민요로 참으로 흥겨운 노래지만 지극히 짧은 멜로디 하나로 계속 반복되므로 식상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러 민요 중에 그리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왕 춘천의 오봉산으로 정했으니 수많은 노래 중에 춘천 출신의 가수 김추자의 노래를 업로드 해본다. 전문 국악인의 타령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오봉산 타령 : 김추자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