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 즈음에 그의 죽음을 보았다.
나와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그. 나보다 나흘 먼저 태어났다.
그가 서른 즈음의 인생사를 노래하며 홀연히 생을 마감하였다.
오랫동안 대구에 사셨던 천영숙 선생님으로부터 방천시장 옆골목으로 가보라는 언질을 듣고 폭염 안에 절절 끓고 있는 대구를 오랜 만에 가다.
특별히 좋아했던 가수는 아니지만 그의 노래를 듣거나 떠올릴 때면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소박해서 너무나 소박해서 또 짠하다. 특별히 화려하고 예쁘장하게 꾸미지 않고 그저 있던 벽돌담에 그의 그림을 그려 놓은 게 전부다.
생전 풍성한 악기 편성 없이 기타와 하모니카만 가지고 노래를 하던 고인의 성향 그대로다. 그 소박함이 더 가슴에 들어와 담긴다.
서른 즈음에 떠난 그보다 근 20여년을 더 산 나는 아직도 삶에 대하여 한 줄 쓸 만한 글이 없다. 그저 한 해 한해 오고 또 가는 시간들을 죽일 뿐이다. 그 언젠가 나의 미래는 근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잠깐 해본 적이 한번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건 없다. 여전히 고독하고 저열한 아웃사이더다.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내리자 마자 이어지는 안내표지판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자청해서 사진을 찍으라 한다. 자신은 노숙자니까 정말로 노숙자처럼 찍어 달라고 한다. 글쎄, 노숙자처럼 보이나?
"7년뒤.. 7년 뒤 마흔 살이 되면 하고 싶은게 하나 있어요
마흔 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고 싶어요
할리 데이비슨... 멋진 걸로~ 돈도 모아 놨어요
얘길 했더니 주변에서 상당히 걱정 하시데요
'다리가 닿겠니?'
그거 타고 세게일주 하고 싶어요
괜찮겠지요? 타고 가다가 괜찮은 유럽에 아가씨 있으면 뒤에 태우고~
머리 빡빡 깎고~ 금물 막 이렇게 들여가지고~ 가죽바지 입고~
체인 막 감고...
나이 40에 그러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환갑때... 저는 환갑때 연애하고 싶어요
로맨스..."
- 김광석 <인생이야기>중에서
그리고는 환갑은 커녕... 40은 커녕... 어느 가을 떠나갔다.
이 짧은 길을 걸으며 무슨 특별한 글을 쓰겠는가.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삶의 일상들을 저만치 거리 두고 그저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소탈한 날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나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김광석... 그가 그립다...
강승원 작사 작곡 김광석 노래 : 서른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