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어느 겨울 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점에 모여앉아 되지도 않는 문학을 논한답시고 지랄들을 떨어쌌었지.
그게 어제인 듯 생생한 것 같으면서도 아주 먼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린다.
취기도 가시지 않은 눈을 해서는 새벽에 비척거리며 걸어 본 혜화동 골목길. 난생 처음 보는 그 풍경들이 데자뷰처럼 정겹던 체험.
비 예쁘게 내리는 봄날,
그 겨울 아침의 기억을 되짚어 헤매 보았다. 그때가 언제라고 기억이 되살아날까. 그냥 낯설다.
대도심 한복판의 소란하지 않은 소박한 골목길.
숲에서 나와 도시로 간다면 난 혜화동에서 살고 싶다.
아침이 오면
혜화동 로터리는 꽃처럼 피어난다
집집마다 창을 두드리는 노랫소리
만나는 얼굴마다 해맑은 웃음
사랑의 배달부가 손을 흔들고
추억을 줍는 발길이 바쁘다
혜화동 로터리는 사시사철
꿈을 싣고 돌아가는 회전목마
저녁이면 별들도 모여들어
가슴에 담아온 이야기를 쏟아내고
정다운 이웃과 그리운 사람들
기쁨과 슬픔을 서로 나누며
오늘도 빙그르르 손잡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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