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논산 훈련소에서

설리숲 2014. 4. 6. 01:11

 

 

 

 

 어떤 이에게 군입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가족과 친구 애인을 두고 사지(死地)로 인식되는 곳으로 떠나는 남자의 두려움과 절박감을 헤아릴 수 있으랴. 인생의 가장 꽃다운 시기를 묻어두는 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신성한 국방의무라는 포장으로 억지 위로는 하지 말라.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해괴한 말도 하지 말라. 군대 다녀온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그 후로는 다 같다. 2년여 세월만큼의 손해가 있을 뿐이다.

 

 

 나는 군대라는 단체와 조직이 싫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이유들이 또한 나름 합리적인 그럴듯한 비판이라 자신하지만 그런 것 일일이 거론하는 것도 다 의미 없고 부질없는 짓이다. 어쨌든 그래도 나라와 정부가 있으니 누군가는 군대를 가야 하고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터이다.

 

 

 십 몇 년 전에 누나의 아들이 입대를 할 때 녀석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조카라 하지만 평생을 살아도 이따금 친지의 큰 행사에서나 어쩌다 한번 볼까말까 할 정도로 멀게 지내는 아이인데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저 내일 군대 가요 한다. 순간 마음이 몹시 아렸다. 얼마나 두렵고 절박한 심정이었으면 멀게 사는 외삼촌한테까지 전화를 걸어 입대 인사를 했을까. 그 아이가 내게 한 처음이자 마지막 전화였다. 몹시 아린 내가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별 위로도 안 되는 남들이 다 하는 평범한 말이 고작이었을 거다.

 그 아이가 이번 달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평생을 멀게 살지언정 그래도 장가가는 날은 가 볼 참이다.

 

 

 

 

 

 

 

 

 

 숱한 사연과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입영열차는 이제 운행하지 않는다. 각자 제 깜냥대로 연무대로 가거나 대개는 부모가 차로 데려다 주고 있다. 세칭 ‘논산훈련소’라 하는 육군훈련소는 논산 연무읍에 있다. 입영열차는 입소훈련병들을 위해 용산에서 연무까지 운행하던 특별열차였다. 이제는 역사는 남아 있되 열차는 들어오지 않는다.

저 폐선 위에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의 숱한 애환이 여전히 숙명처럼 어른거린다.

 

 

 

 

 어느 킹카 남고딩이 워낙 인물이 잘 빠지고 게다가 있는 집 아들이라 수많은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그의 집앞에는 날마다 여학생들이 몰려와 진을 쳤고, 선물공세를 해댔다. 그중 가장 많은 게 초코파이였는데 킹카는 그것들을 펴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이것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겨우 초코파이 따위로...”

 그러던 그가 군입대를 했는데 초코파이만 보면 환장을 한다고 한다.

 

 

 군대란 그런 거다. 군기피는 물론 하지 말아야겠지만 기피하고 싶은 사람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려주면 안 될까. 무조건적인 강제라는 게 나는 마음이 몹시 아프다.

 

 

 

 강원도 원통의 버스터미널.

 일요일 오후면 면회 왔다 돌아가는 가족과 장병과의 이별 장면이 무수히 연출되는 곳이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애틋해지는데 당사자들이야 그 애통함이 어떨까.

 한 젊은 엄마가 아들과 헤어져 돌아서서는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껴 운다. 너무 앳된 외모여서 두꺼비 같은 아들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그녀의 흐느낌을 보며 나도 눈물을 찍어 낸 기억이 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군바리가 세워 태워 달라고 하면 나는 먼 거리라도 태워주고 돌아가곤 한다. 아들은 없지만 원치 않는 징집으로 인해 심신의 무거운 짐을 진 그 아이들이 나는 몹시도 애처롭고 애잔하다.

 

 

 

 

 

 

                            김현성 작사 작곡 김광석 노래 : 이등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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