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아베 성모 마리아

설리숲 2013. 12. 25. 01:48

 천사 가브리엘이 그에게 들어가 가로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눅 1:28)

 

 클래식이라 일컫는 고전음악을 접하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아 그 깊이도 얕고 지식도 일천한 상태다. 그래서 이 <아베 마리아>도 오래 전부터 부르고 연주되어 왔던 걸로 알고 있었다. 작곡자인 카치니가 16세기 사람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우연히 어느 기회에 이 <아베 마리아>가 실은 세상에 알려진 게 최근이라는 걸 들었다. 그리고 작곡자가 카치니가 아니라는 사실은 더 최근이라는 것도.

 

 이 곡은 1990년대 중반 라트비아의 이네사 갈란테가 발표한 음반에 수록되어 크게 히트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 작곡가가 카치니로 발표되었다.

 아베 마리아는 여러 음악가들이 작곡하였는데 혜성처럼 나타난 이 성스럽고 깊은 울림을 주는 아베 마리아는 금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카치니를 다시 불러왔다.

 그러다가 전문가들이 곡 스타일이 중세시대의 음악과 또한 카치니의 음악과 동떨어진 점을 포착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카치니가 아닌 소련 음악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곡임이 밝혀졌다.

 무명 작곡가였던 바빌로프는 자신의 곡에다 엉뚱하게 중세시대 음악가의 이름을 붙였고, 그의 사후 지인들은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카치니의 악보를 발견했다고 센세이셔널한 발표를 했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아베 마리아는 그 후로도 20여년이 더 흐른 뒤에야 이네사 갈란테에 의하여 빛을 보게 되었다.

 

 

 하이든으로 알고 있었던 <장난감 교향곡>이 레오폴드 모차르트 곡으로 밝혀진 사례도 있고 문익점이 붓두껍 속에 밀수해 온 목화씨가 우리의 의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사실도, 이미 백제시대에 면직물이 존재했었다는 학설로 퇴색되고 말았다.

 짚어 보면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거북선을 이순신이 만든 것은 기정화되어 있지만 그 현장에서 직접 보지 않은 한 누가 알겠는가. 오로지 기록에 의한 전달일 뿐 내일이라도 그 기정사실을 뒤집을 만한 문서 하나가 발견된다면?

 어쩌면 공룡시대 이전에 우리 인류가 존재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면? 잠시 공룡류에게 밀려 멸망했다가 어찌어찌 살아남은 사람 하나가 다시 인류를 세워 공룡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공상만화 아닌 실제사실이 아니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아니지 이젠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라고 해야겠지. 이 곡이 지금은 노랫말이 없다. 시종 ‘아베 마리아’로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후일에 이 곡의 노랫말이 새로 발견될지도 모를 일이다.

 

                                             바빌로프 Ave Maria : 이네사 갈란테 노래

                                  

 

 

 아베(Ave)는 문안 또는 인사드린다는 뜻이다.

 오늘은 성탄일. 주 예수를 낳으셔 인류에게 사랑과 구원의 빛을 밝히신 거룩한 성모 마리아께 나도 인사드린다.

 아베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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