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한 쌍의 두루미가 서로 사랑하였는데 그 사랑 맺지를 못하고 암두루미가 먼저 세상을 하직했다. 떠나는 연인에게 수두루미는 부디 잘 가라고 안녕을 기원하며 약속을 했다. 비록 지금은 당신을 먼저 보내고 나는 몹시 아프지만 먼훗날 기필코 당신을 다시 만나리다. 먼저 가서 잘 살고 있으라. 우리 못다한 사랑 그때 다시 불사릅시다. 그리고 돌아서서 한없이 울었다.
천년 후에 수두루미는 가슴에 깊이 간직한 약속을 지켜 이 세상에 다시 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일생을 다 바쳐 헤매 다녔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눈에 생생한 암두루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기력이 다한 수두루미는 결국 지쳐 쓰러져 어느 눈 덮인 산기스락에서 쓸쓸히 임종을 기다렸다. 그때 한 마리의 아름다운 암두루미가 먼발치서 보고 있다가 다가왔다. 수두루미를 내려다보고 있던 암두루미가 그 위에 펄썩 엎디어 오열하기 시작했다.
- 나예요. 당신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당신 약속 믿고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제 오매불망 당신을 만났는데 이러지 말아요 얼른 일어나요.
그러나 수두루미는 알지를 못했다. 이 암두루미는 전에도 여러 번 만났고 어느 때는 여러 날을 같이 지낸 적도 있어 친숙한 두루미였다. 헌데 그 두루미가 사랑하는 그녀라니. 희미해지는 눈을 뜨고 다시 살펴보았지만 예전의 그녀 모습은 정녕 아니었다. 천천히 마지막 눈을 감았다.
남겨진 암두루미는 원통과 후회의 고통으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슬피슬피 울다가 눈을 감았다. 두 주검 위로 눈이 내려 쌓였다.
암두루미는 20세기에 와서 시류를 따라 얼굴과 몸의 여기저기를 고쳤다. 좀더 예쁜 모습으로 수두루미를 만나려
했던 것이다.
팝의 황제, 불멸의 레전드.
마이클 잭슨.
대중음악계에서 금세기 그의 위상을 능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팝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 세계의 중심에서는 마이클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영웅이고 우상이었다.
마이클은 무슨 환상을 꿈꾸었을까. 얼굴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성형중독에 빠졌다는 외신들이 수없이 보도되었다. 좀비처럼 망가져 가는 얼굴. 나는 내 영웅의 리스트에서 그를 누락시켰다.
그때만 해도 성형은 일부에 국한된 부정적인 행위였었다.
나는 지금도 성형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이다. 그런데 목하 세상은 이 부정적인 행위가 자연스럽게 만연되어 오히려 성형 안 한 사람이 사회적소수층이 돼 버렸다. 왜곡된 일반화의 패러다임.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사회적인 병폐의 정점이다.
미국 가수 재니스 이안 (Janis Ian)은 그의 노래 <열일곱 살에 (At Seventeen)>에서 예쁜 아이들만 사랑을 받으며 빨리 성공하고, 평생을 귀족처럼 행복하게 살게 되는 이 사회를 담담한 시선으로 비판한다. 그 당시 미국사회에서도 이러한 외모차별이 만연했었나 보다. 그녀는 이런 소외된 사람들과 부당한 차별, 그렇게 만드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노래들로 그녀는 인기와 부를 누리며 그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Janis Ian : At Seventeen
열일곱에 진실을 알았다
사랑은 예쁜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깨끗한 피부에 미소를 짓는 고교생을 위한 것이라는
그 아이들은 일찍 결혼을해서 사라지지
못 생긴 얼굴을 가진 우리들은
사회적인 매력이 결핍되었고
절망적으로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전화로 가상의 연인을 만들었다
고통을 아는 우리에게
발렌타인데이는 절대 오지 않으며
이름이 전혀 불린 적 없는 이들에게
농구를 위해 편을 가르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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