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열일곱 살에 진실을 알았다

설리숲 2013. 12. 18. 01:16

 

 아주 먼 옛날 한 쌍의 두루미가 서로 사랑하였는데 그 사랑 맺지를 못하고 암두루미가 먼저 세상을 하직했다. 떠나는 연인에게 수두루미는 부디 잘 가라고 안녕을 기원하며 약속을 했다. 비록 지금은 당신을 먼저 보내고 나는 몹시 아프지만 먼훗날 기필코 당신을 다시 만나리다. 먼저 가서 잘 살고 있으라. 우리 못다한 사랑 그때 다시 불사릅시다. 그리고 돌아서서 한없이 울었다.

 

 천년 후에 수두루미는 가슴에 깊이 간직한 약속을 지켜 이 세상에 다시 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일생을 다 바쳐 헤매 다녔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눈에 생생한 암두루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기력이 다한 수두루미는 결국 지쳐 쓰러져 어느 눈 덮인 산기스락에서 쓸쓸히 임종을 기다렸다. 그때 한 마리의 아름다운 암두루미가 먼발치서 보고 있다가 다가왔다. 수두루미를 내려다보고 있던 암두루미가 그 위에 펄썩 엎디어 오열하기 시작했다.

 - 나예요. 당신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당신 약속 믿고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제 오매불망 당신을 만났는데 이러지 말아요 얼른 일어나요.

 그러나 수두루미는 알지를 못했다. 이 암두루미는 전에도 여러 번 만났고 어느 때는 여러 날을 같이 지낸 적도 있어 친숙한 두루미였다. 헌데 그 두루미가 사랑하는 그녀라니. 희미해지는 눈을 뜨고 다시 살펴보았지만 예전의 그녀 모습은 정녕 아니었다. 천천히 마지막 눈을 감았다.

 남겨진 암두루미는 원통과 후회의 고통으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슬피슬피 울다가  눈을 감았다. 두 주검 위로 눈이 내려 쌓였다.

 

 암두루미는 20세기에 와서 시류를 따라 얼굴과 몸의 여기저기를 고쳤다. 좀더 예쁜 모습으로 수두루미를 만나려

던 것이다.

 

 

 

 팝의 황제, 불멸의 레전드.

 마이클 잭슨.

 대중음악계에서 금세기 그의 위상을 능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팝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 세계의 중심에서는 마이클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영웅이고 우상이었다.

 마이클은 무슨 환상을 꿈꾸었을까. 얼굴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성형중독에 빠졌다는 외신들이 수없이 보도되었다. 좀비처럼 망가져 가는 얼굴. 나는 내 영웅의 리스트에서 그를 누락시켰다.

 그때만 해도 성형은 일부에 국한된 부정적인 행위였었다.

 

 나는 지금도 성형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이다. 그런데 목하 세상은 이 부정적인 행위가 자연스럽게 만연되어 오히려 성형 안 한 사람이 사회적소수층이 돼 버렸다. 왜곡된 일반화의 패러다임.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사회적인 병폐의 정점이다.

 

 미국 가수 재니스 이안 (Janis Ian)은 그의 노래 <열일곱 살에 (At Seventeen)>에서 예쁜 아이들만 사랑을 받으며 빨리 성공하고, 평생을 귀족처럼 행복하게 살게 되는 이 사회를 담담한 시선으로 비판한다. 그 당시 미국사회에서도 이러한 외모차별이 만연했었나 보다. 그녀는 이런 소외된 사람들과 부당한 차별, 그렇게 만드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노래들로 그녀는 인기와 부를 누리며 그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Janis Ian : At Seventeen

 

 

  열일곱에 진실을 알았다

  사랑은 예쁜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깨끗한 피부에 미소를 짓는 고교생을 위한 것이라는

  그 아이들은 일찍 결혼을해서 사라지지

 

  못 생긴 얼굴을 가진 우리들은 

  사회적인 매력이 결핍되었고

  절망적으로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전화로 가상의 연인을 만들었다

 

  고통을 아는 우리에게

  발렌타인데이는 절대 오지 않으며

  이름이 전혀 불린 적 없는 이들에게

  농구를 위해 편을 가르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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