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단지 춥고 더움의 차이는 아니다.
빛과 어둠 그 시간의 차이.
굳건하게 팝 전문 프로그램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예전 소싯적에 퇴근길에 듣던 음악들.
고단한 일을 마치고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그 거리에 음악캠프가 있었다.
어스름이 내리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에서
빨간 꼬리등의 물결을 바라보며 듣던 메탈 한 곡.
글쎄다.
크게 감동이었는지 이렇다 할 기억은 없다.
다만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의 흐름을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그 묘한 허탈감과 흥분이 교차하는 그 느낌이다.
뜨거운 여름날 저녁은 음악캠프가 끝날 무렵에도 어둠이 없고 벚나무 이파리 사이로 저녁의 빛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깊은 겨울날엔 짙은 어둠 속에서 음악캠프의 시그널이 흐른다.
지친 하루의 가장 느슨한 시간에 듣는 노래 한 곡.
이 시그널 음악이 흐르면 알 수 없는 공허감도 더불어 흐른다.
이 프로그램 또는 배철수는 언제까지 방송할까.
세월은 또 어디로 흘러갈까.
이 땅의 서쪽, 이곳의 하늘에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별.
노래 한 곡은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시그널 음악은 그 한 곡 한 곡의 모든 사연들을 총 망라하며 세월을 넘나든다.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 Satisf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