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진고개 신사

설리숲 2015. 8. 31. 00:34

 

 

 

 

 

 

 

 

 

 

 

 

 

 

 

 

 

 

 

 진고개는 충무로에서 명동으로 드나드는 길이다. 지금의 세종호텔 뒷길 정도 되겠다. 이 길을 따라 어슬렁 걷다보면 포토스튜디오들이 즐비한 구역도 나오고 영락교회가 있고 명동성당이 있다.

 

 말이 고개지 경사는 거의 없는 평평한 길이다. 포장되기 전엔 비만 오면 흙뻘이어서 진고개라 불렀다 한다. 남산골 선비들이 나막신을 신고 다녀서 ‘남산골딸깍발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진고개는 어느 특정한 곳이라기보다는 그냥 명동거리와 그 일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충무로의 영화인들이 무시로 명동의 술집이나 카페로 드나들며 폼을 잡았으며 명동을 근거지로 한 문학가들이 세상 온갖 고뇌를 다 짊어진 양 인상 쓰고 다니던 길이기도 했다. 50~60년대 한창 서구의 문물을 선망하던 세월인지라 세인들의 눈엔 그런 양복쟁이들이 고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 풍토와 서정들이 이런 류의 대중가요들을 생산해 낸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슈샨보이, 세월이 가면, 황혼의 엘레지,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단벌신사, 키다리 미스터김, 비 내리는 명동거리 등이 그것이다.

 

 양복을 빼 입고 건들거리며 한 때를 풍미하던 일명 명동백작으로 불리는 작가들의 아지트 중 하나가 <은성>이었다. 은성은 최불암의 모친인 이명숙 여사가 운영하던 술집이었다. 명동길 한 귀퉁이에 그것을 알려주는 조그만 팻말이 서 있다. 변영로, 박인환, 김수영, 이봉구, 오상순, 전혜린, 천상병 등이 그 면면들이다. 이곳에서 그 유명한 박인환의 시가 탄생하였다.

 그들이 드나들던 고개가 진고개다.

 

 도성의 가장 번화했던 저잣거리였던 명동은 그 역사와 전통만큼  수많은 애환과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명동이다. 오며가며 자주 들를 일이 많을 것이고 또 그러고 싶은 곳이다.

 

 

 

 

                    

                        심영식 작사 김호길 작곡 최희준 노래 : 진고개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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