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사통발달 교통의 요지였다. 경상도와 전라도와 한양으로 가는 길이 갈라져 천안 삼거리가 되었다. 지금도 역시 교통의 중심지다. 경부선과 전라선 호남선이 지나고 지금은 용산으로 연장된 장항선의 시발점이기도 하였다. 또한 수도권 전철이 드나들고 있다.
유봉서라는 사람이 군 부역을 받고 상경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도 없는 무남독녀 능소를 혼자 두고 가지 못하여 데리고 한양으로 가다 천안 삼거리에 이르러 주막에서 하룻밤을 유숙했다. 다음날 길을 떠나려니 어린 딸을 어찌할 수 없어 주인에게 간곡히 청하여 주막에 남겨 놓고 가게 떠났다. 떠나면서 자신의 버드나무지팡이를 꽂아 놓았는데 이 지팡이가 자라 무성하게 잎을 달면 필시 데리러 오마며 어린 딸에게 약조를 하였다.
그리고는 여러 해를 소식이 없고 능소는 주막에서 커 간다. 천생이 어여쁜 아이라 커 가면서 그 미색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전라도 선비 박현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이 주막엘 들러 능소의 자태에 반했다. 장래를 약조하고 박현수는 어엿하게 급제하여 가다가 천안 주막엘 들러 그리움의 회포를 푼다. 그 기쁨을 표현하여 노래를 한 것이 ‘천안 삼거리’로 유명한 흥타령이다.
꽂아 놓은 지팡이가 무성하게 자라 그늘을 지울 때쯤 하여 그 아비 유봉서도 약조대로 주막으로 딸을 찾으러 돌아왔다는, 보통의 전설과는 다른 해피엔딩의 이야기다.
흥타령의 첫 머리에 등장하듯 능수버들은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예전에는 능수버들이 지천이었는데 근래 천안시에서 알레르기를 이유로 다 베어 버렸다가 능수버들의 상징성을 되새기어 다시 또 심었다고 한다. 공공 일을 하는 사람들의 개념과 자질은 비웃음을 살 때가 자주 있다. 뭐가 우선이고 뭐가 중요한지를 먼저 헤아려 일을 해야 하거늘. 한 치 앞도 못 보는 근시안적인 행정이 늘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다.
어쨌든 지금 거리의 능수버들이 참으로 보기 좋다.
‘옛주막’이라는 간판을 건 집이 있어 들어가 보진 않았으나 그럭저럭 구색이 갖추어진 모양새가 보기 나쁘지 않다.
가는 날이 장날, 모처럼 방문하여 삼거리공원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웰빙 엑스포를 준비한다고 공원 여기저기 어지러이 파헤쳐 한창 공사중이라 입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천안 삼거리 : 묵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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