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사람 속터진다는 말은 느리다는 게 아니다.
직설적이지 않고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게 우리는 속터진다.
갈래길이 있어 마침 가차이 있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본다.
- 삽다리를 이쪽으로 갑니까?
- 아뉴.
한마디가 다였다.
우리 같으면 저쪽으로 가라고 가르쳐주련만 물어본 것만 대답하고 마는 아저씨. 속터져.
불친절해서가 아닌 애초 잘못 물어본 나를 탓할 밖에.
공장에 첫날 출근해서는,
몇 시에 작업 시작합니까 물으니 공장장 왈,
- 아줌마들이 와야 시작하죠.
아이고 헬프미... 아줌마들이 몇 시에 출근하냐고요~ 속터져
호수에 물이 나오기에 이 물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아줌마 왈,
- 왜유 냉장고에 물 없어요?
왓 쉘 아이두... 속터져~
그 물을 먹어도 되는지 난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일요일에 쉬나요 물으니 아줌마,
- 일요일날 안 쉬어요
나중에 듣기로 일요일 아니고 토요일에 쉰다네.
이렇듯 속시원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고 우회적으로 에둘러 말하는 특질이라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의 대다수가 충청도, 그것도 충남 출신들이다. 그들의 코미디는 재밌고 웃기지만 막상 그네들과 부대끼고 살자면 증말 속 터져 죽을 것 같다. 멍청도라는 말이 기가 막히게 적합한 말이다.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무대 배경이 예산이고 촬영장소도 예산인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충청도 사람의 정서나 지역색이 전혀 없다. 출연인물들은 죄다 어설픈 사투리를 구사하는 완벽한 서울사람들이다.
충청도 지역에서도 예산 청양 아산 등이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시냇물 위에 다리를 놓아 삽다리가 아니고 옛날에는 섶다리를 놓아 건너다녔었다.
배추모종도 파는 로젠택배. 흔히 말하는 투잡. 엄격히 말하면 변태영업.
사진은 멀라고 박는댜?
아 느 가게가 삽다리 명물이라 그런디야.
가을이 바투 다가와 있었다
내 느낌으로 한국의 가장 전형적인 농촌의 분위기와 정서는 예산이 아닐까 싶다.
충남의 보편적인 지세가 들이 넓고 그렇지만 호남과는 다르게 산도 적당하게 달릭 있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다. 과연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이다. 속 터지는 것만 빼고는.
이건 삽교호다. 삽교천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예산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류에 방조제를 막아 드넓은 호수가 되었다. 아산과 당진의 경계가 된다.
1979년 10월 26일 이 삽교천방조제 준공식이 있었다. 박정희 각하께서 준공식에 친히 거둥하시어 치적을 요공하시고는 궁정동 안가로 가신 그날 밤, 몇 발의 총성이 있었고 18년간의 철권독재가 막을 내렸다.
이 삽교방조제는 그러니까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운명의 둑인 셈이다. 내 비약일까.
예산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던 지인은 그날 준공식에 동원되어 대통령 얼굴을 직접 보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내민 손과 악수를 한 영광(?)을 안았다고 몇 번이나 술회하곤 했다. 그것이 각하의 마지막 손이었다 생각할 때 여러가지 착잡한 감회가 있다고. 훗날 독재자의 행적을 낱낱이 알게 되고는 그 사람이 무척 미웠지만 그래서 더 짠하다고.
조영남의 노래 삽다리.
<비는 내리고> <내 고향 충청도> 등을 불렀을 때 정말 매력있고 고상해서 무척 좋아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비호감이 되어 간다.
돌아다니는 공짜 음원은 많지만 그를 흉보는 게 좀 미안해 직접 노래를 사서 포스팅한다.
어차피 외국의 다른 가수 노래인데 이걸 저작권에 묶어 놓는다는 게 그 세계의 내막을 모르는 나는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한국의 가수들이 봇물처럼 외국의 번안가요를 부를 때 저작료를 제대로 지불하고 가져왔을까 의문스럽다.
조영남 작사 / 번안곡 /조영남 노래 : 삽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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