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 진도대교를 건넌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취가 공존하는 이상한 땅이다. 한겨울인데도 들판은 파랗다. 어느 고샅길 자드락길에서도 육자배기나 서편제 한 가락이 들려올 것 같은 묘한 감흥.
난바다로 남자를 내보내고 시린 가슴으로 근심하는 섬 여인들의 숙명의 눈물도 배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진도는 토속신앙이 밑바닥에 진하게 깔려 있는 땅이기도 하다. 여전히 변형되지 않은 사투리가 보존되어 있는 진정한 남도요 진정한 섬이다.
샹송과 칸초네의 차이를 생각하곤 한다.
샹송은 멜로디 보다는 가사에 중요한 의미를 준다. 들어 보면 노래를 한다기보다 나지막이 시를 읊조리듯 한다. 그래서 악기편성이나 편곡이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기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을 발한다.
칸초네는 아주 서정적이다. 가곡풍의 멜로디에 가수의 시원한 발성이 특징이다.
샹송은 기교요 칸초네는 가창력이다.
어느 것이 낫다 할 수 없는 ‘문화의 특성’이다
한국의 경기민요와 남도민요가 그렇다.
경기민요는 시원하게 내지르는 분출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경복궁타령이 그 중의 하나다.
남도민요는 분출의 욕망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안으로 삭인다. 진도아리랑이나 육자배기가 그렇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가슴의 한과 욕망을 들릴 듯 말듯 푸념처럼 풀어 내놓는다. 그것이 더욱 사람의 감성을 서글프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동편제 서편제로 대표되는 남도음악은 모든 음악적 기교를 집적한 한국음악의 정수라 할만하다.
내게 진도는 여행의 메카이기도 하다. 이곳의 산과 바다 고갯길 자드락길 들녘이 주는 이질감은 외국에 온 것처럼 진한 고독감을 안겨 준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성스러운 땅이기도 하다.
12월의 그날은 이 남쪽에도 강력한 한파가 몰아쳐 일망무제의 바람 부는 들판에서 엄청 고생했었다. 서쪽 세방리의 낙조를 볼 요량으로 떠난 걸음이었으나 아침나절엔 노란 햇빛이 쏟아져 추운 가운데서도 제법 훈훈한 온기가 있었으나 금세 하늘과 땅 사이에 잿빛구름 가득하며 희끗희끗 눈발까지도 서는 악천후로 변하였다.
진도 아리랑 : 조공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