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로 오르는 길은 구절양장 멀미라도 날 것 같은 좁고 가파른 굽이길이다.
초보운전 시절에 험준한 이 고갯길을 넘은 적이 있었다. 날은 저물고 휴가철이었던가. 차들은 왜 그리 길게 늘어섰는지 연신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드디어 마의 오르막길. 오토가 아닌 수동기어는 오르막에 섰다 가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경륜이 늘어 베테랑인 지금도 역시 그러거늘 초보자에겐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땀은 뻘뻘 흐르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어디 노견에 세웠다가 나중에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비좁은 길은 그만한 갓길 하나 없다.
어떻게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기억상실 속의 잃어버린 시간인 듯 깜깜하다. 그래도 뒤로 밀리지 않고 꾸역꾸역 올라갔으니 아마 그 이후로 운전에 자신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뒤 진짜 피서철에 풍기에서 소백산을 넘는 조령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었다. 그때는 참으로 능숙하게 운전해 산맥을 넘어 단양으로 내려왔었다.
박달재는 이렇게 친절하지 못한 인연으로 시작하여 평생 험준한 이미지로 남아 잇는 중이다.
지금은 터널을 뚫어 씽씽 내달리는 4차선 도로다. 그리 오랜 일도 아니다. 옛 국도는 폐쇄하지 않고 그곳 정상에 박달재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하루 종일 천등산 박달재 노래가 흘러나온다.
박달도령과 금봉이가 어쩌구저쩌구 했다는 전설이 있지만서도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식상한 이야기다. 그저 어느 누가 재미있게 지어낸 이야기 이상은 아니겠다. 전설이란 게 다 그렇지만.
반야월이 지방공연을 다녀오면서 이 고개를 넘을 적에 어느 남녀의 이별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도토리묵을 싸서 여자가 사내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첫 머리에 나오는 천둥산은 오류고 천등산이 맞다. 게다가 박달재가 있는 이 산은 시랑산이며 실제 천등산은 이보다도 서쪽 제천과 충주의 경계되는 곳에 있는 산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도 워낙 심심유곡이라 탁 트인 기분은 느끼지 못하겠다. 과연 옛날 선비들이 어렵게 어렵게 한양으로 오르던 고단한 길임을 알겠다.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 노래 : 울고 넘는 박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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